[4·3진실찾기 그 길을 다시 밟다-양조훈 육필기록] <80> 종교계 4·3 진실찾기

1998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4·3 종교인대회. 각 종파가 연합해 4·3 진실규명을 촉구한 첫 전국 규모 종교인행사였다.

  종파 초월한 연합집회 열어 진상규명 촉구
 "4·3치유 위해 대통령이 나서라" 한목소리

종교계 4·3 진실찾기
4·3 진실찾기 운동이 각 분야로 번져가는 가운데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 종파가 산발적으로 벌이던 진실찾기 운동이 4·3 발발 50주년을 맞는 1998년에 이르러 종파를 초월한 연합운동으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 행사가 그해 11월 30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제주4·3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종교인대회'였다.

이 행사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한성공회서울교구정의평화사제단, 한국민중신학회 등 7개 종교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각 종파의 진보적 단체들이 연합해 처음으로 4·3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전국 규모 종교인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천주교 문규현·함세웅·임문철 신부, 개신교 김상근·김동완 목사, 불교 진월 스님, 원불교 박광수 교무, 성공회 박경조 신부, 천도교 주선원 교화관장 등 각 종파 종교인들이 참석했다. 또 고인호 서울제주도민회장과 김영훈 제주도의회 부의장, 박창욱 4·3유족회장, 강창일 4·3연구소장, 양동윤 사월제 공동대표와 재경제주도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 역시 제주4·3범국민위원회에서 발의했고, 종교계 쪽에 발이 넓은 범국민위 김명식 운영위원장의 숨은 역할이 컸다. 이 행사의 공식적인 집행위원장은 권진관 교수(성공회대)였다.

낮 12시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제1부 심포지엄, 제2부 화해와 해원, 상생의 예식, 제3부 제주4·3 종교인 선언문 채택 등 모두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심포지엄에서는 김경재 교수(한신대)의 '제주4·3의 해원을 위한 종교인들의 과제', 김진 박사(한신대)의 '뜻으로 보는 4·3항쟁', 문창우 신부(제주중문성당)의 '4·3의 역사와 신학적 모색', 김성례 교수(서강대)의 '고통스런 이야기, 구원의 역사: 제주4·3의 민중경험' 등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제2부에서는 각 종파 별로 4·3 영령들의 한을 위무하는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4·3의 진실규명과 제주도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제주4·3 종교인 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99년 3월29일에는 제주도에서 종교인 연합집회가 열렸다. 제주종교인협의회(공동대표 임문철 신부·정한진 목사·관효 스님·김덕연 교무)와 제주4·3유족회(회장 박창욱) 공동 주최로 제주시 서문천주교회에서 열린 이 행사의 이름은 '4·3치유와 화해를 위한 종교인대회'였다.

이 행사에는 제주도의회 강신정 의장·오만식 4·3특위위원장, 이영길 정무부지사, 조승옥 4·3위령사업범도민위원장, 양금석 4·3도민연대 공동대표와 종교인, 4·3 유족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도 각 종파별로 4·3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추모의식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①김대중 대통령이 4·3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설 것 ②정부는 불법 계엄령에 의한 살인과 폭력을 시인하고 보상할 것 ③미국 정부는 미군정 하에서 이뤄진 양민학살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보상할 것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이어서 "그동안 4·3의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함을 달래며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하는 종교의 사명을 소홀히 해온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반성하고, "4·3의 해결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역사적 과제이며 종교인들이 나서야 할 사명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무렵 기독교인인 필자에게 개신교 각 교단으로부터 4·3강연을 해달라는 주문이 잇따라 들어왔다. 1998년 4월3일 서남지구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김한병 목사)가 모슬포교회에서 연 4·3 50주년 기념 강연이 그 시초이다. 6월22일에는 충남 온양 그랜드파크호텔에서 열린 민족선교연구소(이사장 한도전 목사) 주최 세미나에서 강연했다. 나의 강연을 들은 한도전 목사는 "현대사의 사각지대에 가려서 외면돼온 제주4·3을 제외하고서 민족화해와 통일의 문제로 넘어갈 수 없다는 신앙적 고백이 생겼다"면서 9월21일 제주에 내려와 '제주4·3 해결의 과제'란 주제 아래 각 교파를 초월한 제주지역 목회자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때에는 필자 외에도 서중석 교수(성균관대)와 김종민 기자가 강사로 참여했다.

필자는 1999년 4월7일 중앙감리교회에서 감리회제주지방회(감리사 안승철 목사)와 기장제주노회(노회장 이준 목사)가 공동 주최한 4·3 추도기도회에서, 4월21일 성안교회에서 예장제주노회(노회장 이은택 목사)가 주최한 4·3치유 행사에서도 강연했다. 그런데 보수교단인 예장 측에선 고문승 교수도 함께 강사로 초청해서 교인들은 4·3에 대한 시각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강연을 들었다. 

☞다음회는 '잇따른 4·3 학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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