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민 전남대 교수·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

   
 
     
 
필자는 지난 해 여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잉카제국의 세기적 유물, 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공중의 도시, 1983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장장 30시간에 걸쳐 우리나라와 지구 정반대에 위치한 페루로 갔다. 정상에서 보는 마추픽추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온통 깍아지르는 험난한 산들, 사방팔방 눈을 돌려도 감히 누구 하나 접근 할 수 없는 이 험난한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140여 개의 건축물들, 농작물을 시험 재배했다는 비탈진 계단식 농경지, 콘도르 신전, 망지기집, 날씨와 계절을 살펴보았다는 천문대, 정교한 물길 수로와 물 저장고 등 이들 잉카인이 만든 유산은 대단함의 극치였다.

이보다 더한 장관은 마추픽추보다 훨씬 높은, 보기만 해도 두려운 수직 절벽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와이나픽추 유물들일 것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 누구하나 올라가기조차 힘든 하늘을 맞닿은 산꼭대기에 어떻게 저런 계단식 밭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마추픽추도 지금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지역이 태평양 해저판과의 충돌로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활발한 안데스산맥에 위치하다보니 크고 작은 지진의 피해를 겪어 왔다. 더군다나 과다한 관광객들의 방문은 길과 석조물의 훼손, 버스에 의한 공기 및 생태계 오염, 유산지역 내 마을 개발에 대한 통제 부족, 케이블철도 개발 등을 볼 때  앞으로의 파괴는 더 심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함으로 유네스코에서는 이 지역을 위험유산으로 분류하고 매년 이들의 보존 문제에 대해 심각히 논의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선정 자체부터가 어렵다. 2009년 조선왕릉과 함께 신청해 재도전을 위해 일단 철회한 남해안공룡화석지인 한반도백악기공룡해안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힘을 다한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제주도가 선정되었을 당시만 해도 한반도공룡해안의 세계유산 등재는 매우 가깝게 여겨졌었다. 해외 전문가들조차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성공을 예견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교훈은 세계유산 등재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유산은 더욱 그러하다. 2009년 등재에 성공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갯벌해안 와덴해(Wadden Sea)는 1988년에 처음 신청하여 실패한 후 300㎞가 넘는 해안의 갯벌을 복원하고 재정비하여 실로 20년 만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감격을 맛봤다. 또한 이태리의 돌로마이트 자연유산은 2006년 처음 신청된 이후 2년전 재도전으로 성공했다.

이토록 유산의 등재는 힘들다. 하지만 이를 보존하는 것 역시 등재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2009년 세계유산 회의에서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문화유산은 장장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세계유산 등재목록에서 삭제된 두 번째 유산이 됐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세계유산은 선정만큼이나 보존에 한 층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등재된 한국의 세계유산을 위해 모두가 한층 높은 세계적 의식과 시각을 갖출 때다. 유네스코 3관왕 제주가 생각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뛰어난 지질학적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과 열정으로 실패 한 번 없이 유네스코 등재가 모두 이뤄졌으니 세계유산등재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007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제주는 6년 마다 정기평가(점검)를 받아야한다. 필자는 한 강연회에서 제주도의 최고의 브랜드는 '유네스코'라고 말했다. 과연 무엇이 진정 제주를 살려내고 있는지 우리 모두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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