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환 ㈜러브레터 대표이사·전 한국일보 경영기획부장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IS)가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영어교육도시에서 개교했다. 한국국제학교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조기 유학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며, 제주도를 명실상부한 국제교육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기획된 제주 영어교육도시 프로젝트의 첫 케이스다. 한국국제학교는 이날 1학년부터 8학년(중2)까지 300여명의 신입생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먼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필자의 아들이 한국국제학교에 입학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이를 밝히는 것은 아들의 입학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객관성을 유지한 채 글을 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국제학교를 둘러싼 쟁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나, 제주도 입장에서 한국국제학교가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확신한다. 국가적 차원의 의미는 차치하고 제주도 입장에서 보면, 제주도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와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유학 수요를 흡수할 국제교육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국제학교의 입학생 중 제주 출신 비율이 20%가 넘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제주 태생으로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필자는 제주인들이 우수한 두뇌와 진취적인 기상을 갖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런 제주의 후배들이 고향에 살면서 훌륭한 글로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면, 흐뭇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국제교육도시에 한국국제학교를 비롯한 학교들이 문을 열면서, 육지에 있는 부모들 중 제주도로 이사한 이들까지 있을 정도로 제주도에 사람들이 더욱 더 몰리고 있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제주 지역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국제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치는 않다. 개교식 한 달쯤 전에 한국국제학교의 수업이 시작됐는데, 엄격한 미국식 기숙학교의 특징인지는 몰라도 규칙을 위반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심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고학년(8학년)의 나이가 15살에 불과한 어린 학생들이 집을 떠나서, 그것도 미국식 기숙 시스템에 따라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좀 더 부드럽게, 좀 더 따뜻하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미국식 기숙 교육에 적응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측 역시 미국이 아닌 한국에 세워진 공립 학교임을 염두에 두고 한국 학생들의 특성을 충분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적응해야 하는 의무가 학생들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한국국제학교는 국민과 도민에게 약속한 청사진을 준수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실천해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국제학교는 개교 시점(2011년)에서는 중학교 2학년(8학년)까지 뽑지만, 추후 현재의 8학년들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기에 맞춰 고등학교를 설립·운영하겠다고 했다. 자녀를 한국국제학교의 중학교 과정에 입학시킨 전국의 학부모들은 이 같은 고등학교 설립·운영 계획을 보고, 한국국제학교에 자녀를 입학시켰다.

그런데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및 한국국제학교측이 고등학교 설립에 대해서 확실한 계획과 치밀한 준비에 나서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만약 현재의 최고 학년(8학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시점에서 고등학교가 설립 운영되지 않는다면, 제주도 교육청과 한국국제학교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될 것이고, 이는 제주도를 믿고 한국국제학교에 입학한 어린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에게 말로 할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와 교육청 및 한국국제학교는 당초 공언한 바와 같이 한국국제학교의 고교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