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호 제주폴리텍대학 학장

   
 
     
 
최근 정부는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제반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전문계고 활성화를 위해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로의 전환에 예산 등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이면에는 전문계고의 현 실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에서는 전문계 고졸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이 심화돼 가고 있음에도 정부가 부족한 대입자원 확보를 도와주기 위한 일환으로 전문계고 졸업생들에게 대입시에서 우대해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결과 급기야 전문계고 고유의 직업교육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늦게나마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입특별정원의 비중을 감소시키는 한편 선취업, 후진학의 정책과 이의 촉진을 위해 고졸자 취업비중의 확대정책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동 정책을 재정지원을 통한 전문계고의 특성화 및 마이스터교로의 전환을 통해서만 구현하고자 하고 있어 정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수단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많은 지적을 낳고 있다.

기존의 전문계고와 특성화고 또는 마이스터고가 무엇이 다른 지와 기존 전문계고의 시스템으로는 현재 추진하는 정책의 이행이 불가능한 것일까 하는 지적이 그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전문계고의 설립 목적은 한마디로 직업세계가 요구하는 직업능력의 개발과 취업이다.

작금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지정목적이 이의 이행에 있다면 별개 시스템 구축의 명분은 이미 상실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문계고의 활성화를 위해 계열 또는 직종 단위 특성화가 도움이 된다면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이를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특성화고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역설적으로 특성화 지정에서 배제된 전문계고교의 특성화를 제한하는 듯한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독일식 기능장학교(Meisterschule)가 아님에도 마이스터고(Meister School)라는 작명을 함으로써 스스로가 정체성(identity)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전국의 많은 전문계고교가 마이스터교 지정을 받기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지정에 따른 국가로부터의 많은 재정적 지원 때문이며 전국적으로 지정된 28개교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한 제주도는 스스로가 침체 분위기에 빠져 있다. 대학이 스스로의 발전을 기하지 않을 때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듯이 전문계고 또한 그 스스로가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정체성을 확보하고 끊임없는 자기개혁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그 존립은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의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계고 스스로가 설립 취지에 맞도록 실무적응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내실 있는 교육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며 학생들에게는 취업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길러 주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학업은 하고자만 하면 직업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든 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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