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여고 6기 칠순 고교동창생 25일 모교 방문, 500만원 장학금 전달

▲지난 1961년 신성여고를 졸업한 36명의 6기 졸업생들이 25일 50년만에 모교를 찾아 총동문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꼭 이맘때였다. 굴러가는 낙엽에 이유없이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렸던 여고생들이 다시 교정을 찾았다. 꼬박 50년만의 일이다.

'칠순'이란 나이에도 아랑곳없이 교문을 들어선 순간 모두가 '여고생'이던 그때로 돌아갔다.  "녹나무 아래서 벌을 서고 꿈을 이야기했던 때가 어제 같은데…" 질세라 쏟아내는 기억들은 책 몇 권은 만들고도 남을 만큼 차고 넘친다.

제주신성여고 6기(회장 백정숙·제주시 연동)로 졸업생 36명이 25일 모교를 찾았다. 졸업년도가 1961년. 이제는 그 시절 자기와 닮은 손녀 하나 이상은 뒀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칠순을 기념한 모교 방문은 꼬박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성사됐다.

멀리 바다 건너 일본과 미국, 캐나다는 물론이고 브라질에 살고 있는 동창생들의 소식을 묻고 뒤졌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소식에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모처럼 고향으로부터 날라온 소식에 가슴이 뛰기도 했다. 그렇게 36명 동창생이 같은 날 모교에서 만나자고 굳게 약속을 했다. 이들의 걸음에 총동문회(회장 12기 김현순)회원 15명이 동행했다.

이날 2박3일의 제주 일정 중 맨 처음 교정을 찾은 이들이 향한 곳은 '100주년 기념관'이었다.

"좌은국 음악선생님 왼쪽 옆에 있는 사람이 나 맞지?"

추억의 사진 속에서 자신을 찾아낸 기쁨에 일단 소리부터 지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기념관은 이내 함박웃음으로 채워진다.

백정숙 6기 회장은 "칠순을 기념해 학교를 방문하는게 어떻겠냐는 말에 하나 둘 함께 해줘서 이렇게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됐다"며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같아 기쁘다"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추억의 도시락 대신 학교 급식을 점심으로 손녀뻘 되는 후배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다.

꼬박 24시간 비행기를 탔다는  고경희씨(브라질 상파울루)는 "예전 중앙성당 자리에 있던 학교 모습이 아직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오랜만에 동창생들을 만나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국인학교인 솔뫼한국학교 교장인 박양자씨는 "녹나무에 대한 추억이 많았는데, 지금 교정도 너무 아름답다"며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이 기분, 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순 총동문회장은 "50년이 지났지만 모교를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주신 선배님들의 고귀한 뜻이 고맙고 존경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문들간의 유대를 보다 돈독히 하고 체육대회와 정기총회 등을 통해 좋은 만남을 지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교를 찾은 6기 졸업생들은 십시일반 모은 500만원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김대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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