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

   
 
     
 
하인리히 법칙이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장애인성폭력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도가니'를 보면 이런 하인리히 법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얼굴에 나타난 아이들의 상처, 기숙사를 탈출하는 아이들, 그리고 친인척으로 구성된 재단 등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충분히 아이들의 폭력과 상처들을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었으나 지역사회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묵과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장애인성폭력 사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장애인의 성을 무성(無性)으로 인식해 성폭력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장애 특성으로 인해 성폭력을 인지하지 못해 장시간, 여러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에 노출돼 상당히 심각한 상태가 돼서야 상담소나 경찰서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슬픈 현실이지만 '도가니' 실제 피해 장애아동이 장애인 성폭력 심각성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도화선이 됐다.

10월7일 국무총리실에서 정부합동(교육과학기술부·법무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으로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 골자를 보면 장애인성폭력 사건 친고제 폐지, 장애인 대상 범죄 단1회에도 전자발찌 부착, 법률조력인 제도 도입, 사회복지시설 투명성 확보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이는 전국장애인성폭력상담소 개소 10년 동안 꾸준하게 문제제기된 몇 부분만 논의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제2의 '도가니'를 없애기 위해 전국적으로 특수학교와 생활시설 중심으로 장애인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기존에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이외에 업무가 폭주해 사실상 상담소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장애인 성폭력 예방은 하인리히 법칙으로 귀결해야 된다고 본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도가니' 영화는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성폭력 예방은 이러한 징후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징후를 잘 발견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상담과 교육, 대응시스템이 있어야 되며, 이러한 시스템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논의되고 진행돼야 한다. 장애인 성폭력은 '예방의 예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장애인당사자의 교육과 맞물려 지역사회 공동체의 예방적 시스템, 부모와 교사의 인권 인식, 비장애 학생들의 장애이해 교육 등 '예방의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예방적 시스템 도입의 일환으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지원과 특수교육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대상 맞춤형 성교육'은 많은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성교육 의무시간 10시간외 장애 특성에 맞게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사소한 징후가 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상담과 교육을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는 더 큰 사건으로 피해를 보기 이전에 환경예방을 학교와 상담소가 긴밀한 협조체제로 부모 상담까지 연결해 장애인 성폭력 '예방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징후를 발견하여 미리 예방하고 대처해 대형사고와 사건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공동체 안에서 하인리히 법칙이 인식돼 질 때, 성폭력 예방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더 늦기 전에 예방시스템을 지역공동체 안에 만들어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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