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25. 소방 19기

임용 다음해부터 동료 10여명 뜻 모아 어린이 3명 지속 후원
서로에 고마운 존재 확인…현장 사례 발굴 등 계속 관심 약속

TV나 스크린에서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나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것은 빨간 망토를 휘날리거나 번쩍이는 비행기구 등에 몸을 실은 영웅들이다. 세련된 이름에 등장도 거창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자신의 일인 냥 달려와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소방관들이다.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도움을 전하기 위해 바람처럼 달려가지만 언제나 상황이 벌어진 '후'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은 "고맙다"는 인사에 보람보다 미안함이 먼저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조금씩 커져가는 안타까움을 덜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긍정의 바람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04년 소방 19기(회장 고영훈)로 임용된 소방관 10여명이 제민일보(대표이사 진성범)와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김희석)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캠페인의 문을 두드렸다.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각자의 주머니를 조금씩 열고 시간을 나누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환경이 어려운 어린이 3명과 인연을 맺고 후원금 지원은 물론이고 생일이나 명절에 작은 선물을 전달하며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켜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가족이 생기고, 바쁜 일상 속에서 후원 어린이와 만나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또 다른 안타까움이 커졌다. 혹시 아이들에게 새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에 스스로를 다잡는 일이 부담스러워질 즈음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캠페인과 만났다.

누군가의 글에서처럼, 사실 가족은 없어도 이웃은 있어야 산다. 그것이 인간 사회라는 것의 현실이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인생살이가 이웃이 있음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웃은 고마운 존재다. 내게만 고마운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고마운 존재다.

자신들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눈을, 그렇게 도움을 전할 수 있어 좋았던 기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웃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고 회장은 "누구에게 알릴만큼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해서 임용 동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며 "그런 마음과 달리 후원 어린이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 서먹해지는 상황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캠페인 참여 배경을 밝혔다.

또 "작지만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고,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다른 현장에서 만난 사연들을 재단에 전하는 등 가능한 많은 어린이들이 꿈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슬쩍 전해들은 소방19기의 다음 행보는 '작은 산타'다. 겨울이면 더 가슴이 시린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수만큼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불우이웃결연사업이란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후원자의 결연을 통해 매월 1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지원하고 후원자와 결연자의 교류를 통해 정서적 나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어린이재단은 1981년부터 정부로부터 관련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문의=753-3703.

특별취재반 = 고미 문화교육체육부장, 강승남·김봉철 문화교육체육부 기자, 고혜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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