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제주영어교육도시내 두 개의 국제학교가 개교됨으로써 드디어 영어교육도시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2006년 12월 정부가 영어전용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한지 4년 9개월만의 결실이라고 할 것이다. 2015년까지 12개 국제학교가 들어서고 유명대학의 학위과정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여러 단과대학이 들어설 계획이며, 제주의 청정자연을 담은 친환경 교육도시이자, 교육을 중심으로 한 수준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교육관련 시설 간 연계를 강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첨단 유비쿼터스 도시가 바로 제주의 영어교육도시이다.

학교가 외관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의구심과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이 논란은 진행 중이지만 언제까지 논란 속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는 제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제주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무엇을 배워야하고 어떻게 글로벌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를 고민할 때, 현재의 영어교육도시의 교육 시스템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어느 누구도 감히 장담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대외 교역을 비롯한 경제 시스템이 최근 10여년간 중국 의존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제주에는 몰려오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안내 표지판 하나 변변치 못할 정도로 인프라 구축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최근에 발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제2차 종합개발계획에 의하면 중국을 통하여 제주의 미래를 구상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선정하고 있고, 제주를 찾는 중국관광객이 50만 명을 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외국어 교육의 방향을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 영어교육도시가 단어 그대로 '영어교육'을 위해서만 조성된다면 제주의 현실과는 상당히 유리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가고 동북아의 교육 허브로 조성되려면 '영어교육도시'라는 명칭을 '외국어교육도시'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고 '영어'만이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들을 익힐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한 결과 시카고 공립학교의 중국어와 중국문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연방 지원금이 투입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미국무부 산하에 중국유학 프로그램인 '10만 인재 양성(100,000 Strong)'을 발족해 4년간 미국 학생 10만명의 중국유학을 추진하는 것을 봐도 글로벌 커뮤니티 시대의 중국어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제주에는 좋은 기회가 왔다. 영어교육도시 조성을 통해 해외 교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도 갖게 됐고 세계에 유래없는 영어교육도시라는 터전을 통하여 동북아의 학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기반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최근 교과부가 한·중·일 공동학위제를 발표했지만 제주는 이보다 앞서 제주특별법을 통한 규제완화와 과감한 제도개선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중국의 명문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

더불어 제주의 학생이라면 영어와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제주교육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영어교육도시를 외국어교육도시로 바꿀 수 없다면 제주에 과감히 중국어마을을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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