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제과업체 마케팅으로 지체장애인의 날 의미 잊혀져 박탈감
도내 공공기관·공원 등 지체장애인에겐 험난 무관심에 더욱 가슴 아파

▲ 매년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지만 빼빼로데이에 파묻히면서 잊혀지면서 장애인들의 박탈감과 서운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체장애인 봉사활동가인 송창헌·이민철씨는 10일 제주지방경찰청을 방문 리프트를 점검하면서 장애인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치됐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김용현 기자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지체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런데 제과업체의 판매마케팅과 비장애인들의 무관심에 잊혀진 것 같아 너무 슬프네요"

매년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연속된 숫자 '1'처럼 두 발을 꼿꼿이 서서 힘차게 일어서자는 의미로 지정됐다. 하지만 길거리에는 화려하게 포장된 과자선물세트가 진열돼 있고, 특히 올해는 숫자 1이 여섯 번이나 겹치면서 제과업체들은 더 요란스럽게 판매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지체장애인의 날'은 빼빼로데이라는 상술에 파묻히면서 장애인들의 박탈감과 서운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적장애인이자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봉사활동을 펼치는 송창헌, 이민철씨는 10일 제주지방경찰청을 방문해 큰 실망감을 느꼈다.

제주경찰청이 휠체어장애인을 위해 설치했다는 리프트를 점검하면서 직접 문을 열고 닫아야 하고, 버튼을 계속 눌러야 움직이고, 리프트 입구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 등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송창헌씨는 "제주의 대표 법집행 기관인 제주경찰청에 설치된 리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아닌 장애인이 방문할 경우 직원들이 편의를 받기 위해 설치된 시설이다"며 "이 시설을 설치하기 전에 장애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이렇게 설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들은 아직까지 제주지역 공공기관 및 주요시설들은 장애인들이 접근.이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법적기준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비장애인 편의대로 설치돼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실정이다.

이민철씨는 "정기적으로 '전동휠체어로 보는 제주'라는 소식지를 통해 장애인편의시설 등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고,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많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며 "재래시장과 유통매장, 행정기관, 공연장, 생활근린공원, 인도 등에 있어 비장애인들의 편의에 치중되면서 지체장애인이 이용 및 이동하기엔 장벽과 장애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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