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수 변호사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시점과 운전시점 사이 시간차가 있을 때 측정시점의 수치를 토대로 추산한 운전시점의 알코올농도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었다. 

갑은 지난해 5월29일 오후 10시18분께 인천시내 도로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던 중 50여m 앞에 음주 단속하는 경찰이 보이자 차를 세워놓고 대리 기사를 불러 단속 현장을 지나가려다 상황을 지켜 본 경찰에 의해 음주 운전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갑은 원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측정시점의 수치를 토대로 운전시점의 알코올농도를 역 추산한 결과 음주운전 처벌 수치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혈중알콜농도가 0.05%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한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형사처벌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운전 당시 이 농도가 운전면허 정지 수치인 0.05%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음주 이후 30분 내지 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일정 비율로 하락한다'며 '피고인이 운전한 시점과 음주 측정시점 사이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국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 운전 당시 수치가 측정 수치인 0.089%보다 낮았을 것이고, 0.05% 이상이라고 단정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통상 음주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그 수치가 떨어진다. 위 사건의 경우에는 측정시점이 음주 시점으로부터 90분이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록 측정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9%가 나왔지만, 운전시점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미만일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측정시점이 음주 시점으로부터 90분이 훨씬 경과한 시점이었다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술자리가 많을 것이다. 술을 조금밖에 안 마셨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괜찮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고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지 대리운전을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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