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30>준우네가 소리 찾은날

청각장애아동에 보청기·언어치료 지원
“사례 발굴후 도움 연결, 사회안전망 효과 톡톡”

▲ 김준우 어린이가 어린이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행하는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김옥지 언어치료사의 입모양을 보면서 그에 맞는 사물을 인지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네 살배기 준우(가명)의 입이 열렸다. 분명 뭔가를 얘기하고 있지만 엄마와 아빠는 준우의 입만 쳐다본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슴 아플 줄은 몰랐다. 또래보다 조금 어눌한 준우의 얘기는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준우네 집에 '소리'가 찾아왔다. 제민일보와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캠페인이 준우를 위한 보청기와 언어치료사를 연결하는 다리가 됐다.

준우의 부모는 청각장애인이다. 늦게 부부의 연을 맺고 얻은 귀한 준우 역시 유전적 요인과 함께 돌도 되기 전에 홍역을 앓은 후유증으로 청력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준우 엄마·아빠는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지난해 병원 정밀 검사 도중 '감각신경성 난청'이란 진단과 함께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으면서야 알았다.

고열로 보채는 준우의 상태를 제때 인지하고 치료를 시키지 못한 때문이라는 생각에 엄마·아빠의 가슴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가정 형편 등의 이유로 보청기 하나 마련해주지 못한데다 먼저 소리를 잃은 까닭에 엄마·아빠의 힘으로 준우를 도울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 준우 부모의 가슴에는 큰 대 못이 박혔다.

준우네의 안타까운 사연은 삼도2동주민센터(동장 )를 통해 발굴, 바로 협약을 맺은 캠페인 팀으로 전달됐다. 준우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바로 신세계 그룹의 장애인보장구(보청기)급여비 지원 사업이 연결되고, 장애아동바우처카드를 통해 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언어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준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아이의 조금씩 밝아지는 표정에서, 좀처럼 다물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입 모양에서 준우의 엄마·아빠는 위안을 얻었다.

언어치료사로부터 발음 교정을 받고 놀이치료를 통해 사회성과 인지능력을 익히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를 정도다. '고맙습니다'. 준우 엄마·아빠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왼손 등에다 오른손을 세워 두드린다. 어떤 말로도 지금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수화통역센터 관계자는 "가족 모두가 소리를 잃은 안타까운 사정을 돕기 위해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원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어린이 미래 캠페인을 통해 사례가 발굴되고 필요한 도움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지역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또 한반 느꼈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황유미 복지서비스 팀장은 "제민일보와의 캠페인을 통해 후원을 약속하는 단체가 늘고 있는 만큼 주변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이번 사례는 캠페인을 구성하는 세 요소(제민일보·어린이재단·삼도2동 주민센터)가 협력해 만들어낸 감동적인 수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는 지난 4월부터 제민일보와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가 뜻을 모아 시작한 지역 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으로 지금까지 20개 기관·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후원자의 결연을 통해 매월 1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적립, 지원하는 형태를 기본으로 후원자와 결연자의 교류를 통해 정서적 나눔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의=753-3703.

특별취재반 = 고미 문화교육체육부장, 강승남·김봉철 문화교육체육부 기자, 고혜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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