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주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부 교수

지난 12월 1일(목) 제주 서귀포시 혁신도시 부지 내에서는 국립기상연구소의 신청사 착공식이 거행되었다. 2012년에 완공하여 2013년에 이전하게 되는 국립기상연구소는 기후변화의 최전방에서 기상 및 기후에 대한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마련된 셈이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이전으로 제주는 기상연구에 대한 전문인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연간 30~40여 차례의 국내·외 관련 학술제와 포럼 등 학술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립기상연구소의 이전은 현재 제주에 상주하고 있는 제주지방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제주공항기상대 등 기상청 산하 80여명의 전문인력과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아열대 수산연구센터 등 제주지역의 기후변화 관련 단체들과 공조하여 향후 우리나라 기상과학 연구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도심 환경변화 등으로 기상재해는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3월 기록적인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일본 대지진, 수백명의 사상자를 낳은 미국의 토네이도, 한달이상 지속된 호우로 도심 전체가 침수된 태국의 방콕시내 등은 기상재해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우치게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기상재해가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상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상과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와 선진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내 유일의 대기과학 분야 전문연구기관인 국립기상연구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978년 설립된 국립기상연구소는 그동안 재해기상 연구, 초단기 악천후 예측, 지진, 황사, 기후변화와 더불어 신생활·산업기상 기술개발 등 국가 경쟁력 확보와 미래 기상업무 발전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환으로 국립기상연구소는 전세계 어떤 곳이던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등 첨단 매체를 통해 재해정보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구환경재해를 감시하고 대기·해양·육지의 자연현상 변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구환경 3차원 가시화시스템 등을 준비 중에 있다.

향후 국립기상연구소가 제주 혁신도시로 이전하여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진기상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전문인력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제주는 기상과학 분야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소의 이전에 따라 예상되는 많은 기상인력의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 기상 전문인력 확충은 국립기상연구소가 제주에서 기상연구의 메카로 자리잡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대학교는 지난 2007년에 국립기상연구소와 '학술연구 및 과학기술교류 협정'을 맺고 '해양기상학 협동과정'을 대학원에 개설하였고, 2011년에는 '해양기상학 연계전공'을 학부과정에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대에서 연계전공과 협동과정을 통해서 기상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학부과정에 기상학과 설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건설 중인 국토해양인재개발원과 국립기상연구소와 더불어 제주 혁신도시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국세공무원 교육원 등 각종 공공기관의 이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들의 이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제주도민과 서귀포 지역주민들 모두가 바라던 명품 혁신도시의 개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직원의 70% 이상이 석사와 박사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 유일의 대기과학 분야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기상연구소의 제주 이전은 여러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며, 앞으로 국토해양인재개발원, 공무원 연금관리공단과 더불어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를 명품도시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제주도민과 지역주민들, 학계와 각종 시민단체들도 이전기관 직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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