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일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
제주옹기굴제-노랑굴 큰불때기

가마에서 몇날 며칠 불과 씨름을 하고 난 뒤 저절로 단단해진 것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내민다. 도기의 은근하고 우아한 곡선까지는 아니지만 손에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에는 별다른 설명이 불필요하다. 그저 ‘착’하고 삶 속에 들어와 질박한 제주색에 바람같은 숨구멍으로 켜켜이 쌓여진 생활의 지혜는 그렇게 역사가 된다.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회장 허은숙)의 ‘제주옹기굴제-노랑굴 큰불때기’가 14~17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 일원에서 열린다.

옹기 제작을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제주옹기 기능인들이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제주옹기장’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그릇을 불에 구워내는 불대장 강신원(81), 옹기 모양을 만드는 도공장 고원수(81), 흙을 준비하는 질대장 이윤옥(76)씨 등 지난 10월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장인 3인을 포함 전통방식 그대로 직접 옹기를 제작해온 도공들 가운데 작업이 가능한 8명이 참여한다. 제주 옹기장 중 축조장 고신길씨(대정읍 무릉2리)가 올해 초 작고한 빈자리가 눈에 띈다.

14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에 복원한 노랑굴에서 옹기그릇을 가마 안에 쌓아놓는 ‘굴재임’ 행사를 시작으로 15일에는 굴할망제와 함께 장작들이기 등 작은불 행사가 16일에는 아궁이에 불을 놓는 중불행사, 17일에는 본격적으로 옹기를 굽는 큰불때기가 이어진다.

행사기간 중 체험마당으로 질흙 메치기, 흙판 그리기 등을 펼치고, 제주옹기 유적과 도공의 자취를 밟아가는 답사도 진행된다.

보존회는 24일에는 굴제 기간에 구운 그릇들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 경매형태로 진행된 판매 수익금은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 전승교육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제주전통옹기 보존사업은 행정안전부 주관 향토 핵심지원 사업화 시범 대상으로 체계적인 보존과 성장기반 조성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학·연·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주전통옹기 명품화 사업추진단(단장 현진숙)이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보존회가 보조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문의=1899-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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