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지원 대상서 제외되는 등 또 다른 어려움 부각
한부모·기초생활수급 등 사회적 장치 무용지물 지적

네 살 배기 수현이(가명)의 오른손이 처음 ‘꼼짝’하고 움직일 때의 감동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쉼터에 입소했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일단 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태어나면서부터 혈관 장애로 인한 뇌병변을 앓고 있는 수현이만 데리고 가출을 감행했다. 쉼터 생활 3개월 동안 피해자 치료지원으로 음악을 만나게 된 수현이는 장애로 움직이지 못했던 오른쪽 손가락에 힘을 실으면서 엄마는 물론이고 쉼터 식구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리고 가족폭력피해여성을 위한 그룹홈으로 거처를 옮긴 지금은 그 자리에 멈춘 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가족폭력피해여성을 위한 그룹홈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관심·복지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가족폭력피해여성쉼터(이하 쉼터)는 지난 9월부터 10살 이상 남자 아이를 동반하거나 3개월 이상 보호가 필요하거나 자립을 희망하는 여성을 위한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LH공사 등의 지원으로 현재 4가족 7명이 보호받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미흡, 자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쉼터에서는 가족폭력 특성에 따른 조사를 통해 긴급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크고 작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룹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그런 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친척 등의 재산까지 선정 기준에 포함되면서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있다. 가정폭력 특성상 피해여성은 물론이고 자녀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이 계속해 진행돼야 하지만 한 달 수입 중 일부를 월세로 내고 20~30% 정도를 자립 기금으로 적립하는 상황에서는 기초적인 생활을 꾸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많은 경우 ‘이혼’이 성사되지 않은데 따른 불이익과 함께 법률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한부모지원이나 기초생활수급, 차상위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사실상 복지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서 수현이의 예처럼 바우처 사업 대상에 포함되기도 어렵고 실질적 가장인 어머니가 일을 하는 동안 보호 기능을 할 장치도 한정적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진학과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불거지면서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 도움이 요구되고 있다.

쉼터 관계자는 “가족폭력으로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직접 피해를 입은 어머니가 안정되는 순간 불거지고 치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룹홈을 통해 자립 지원을 하고 있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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