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리필름, 신해일 22일 성산포 터진목서

한 길 사람 속도 어찌하지 못 하는데 하늘이야 오죽하랴. 제주4·3장편독립영화 ‘꿀꿀꿀- 끝나지 않은 세월II’(감독 오 멸)가 22일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신해(辛亥)’일에 맞춘 크랭크인은 전날까지 겨울을 무색하게 할 만큼 포근했던 날씨 대신 매서운 칼바람과 동행했다.

조천읍 신흥리 바닷가를 대신해 첫 촬영지로 낙점된 곳은 성산포 속칭 ‘터진목’이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4·3광풍의 질긴 생채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곳에서 영화는 시작됐다.

4·3 당시 성산포에 주둔하던 서청 특별중대에 의해 성산과 구좌 지역 주민들이 집단 학살됐던 곳은 언제나처럼 바람이 분다. 아직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의 긴 울음소리 같은 바람을 배경으로 시작된 영화는 제주의 힘으로 엔딩 크래딧을 올릴 예정이다.

이날 필름에는 이번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담겼다. 평화로운, 평화로웠던 제주를 상징하는 어린아이 춘섭이를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축약했다.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자파리필름 기획팀 유시몬씨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제주의 순수했던 옛날과 평화로움이 강제로 무너지고 다시 해소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라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제주도민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꿀꿀꿀’은 4·3당시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해있던 마을주민 수십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4·3 광풍이 온 섬을 뒤덮은 1948년 겨울을 배경으로 한 흑백화면은 기존 사건의 재현으로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4·3에 대한 제주 안과 밖의 관심을 환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제작을 위한 도민 후원 창구도 계속해 열려있다. 앞으로의 작업에 보조출연 등 도민들의 자리도 있다. 도민들의 정성은 전액 영화 제작비로 사용된다. 후원 홈페이지(http://japari.org)나 후원 계좌(농협 355-0011-5082-53·예금주 자파리연구소)를 통해 격려의 마음을 전달하면 된다. 후원 문의=010-6708-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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