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두고 오일시장 모처럼 북적북적
하지만 지갑은 안 열려…필요한 양만 구입

▲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인 설(22일)을 엿새 앞둔 17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제수용 과일 등을 준비하려는 많은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예년같이 쉽게 시민들의 주머니는 열리지 않았다. 김대생 기자
17일 설 명절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장이 열린 제주시 오일장에는 모처럼만에 대목을 만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설 제수용품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은 과일가게나 수산물 판매 업체를 돌며 구입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었고, 상인들은 손님과 가격 흥정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 여기저기서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들을 불러 모으려는 상인들의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얼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형마트 때문에 옛날 같은 명절 대목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30년 넘게 오일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박환순씨(73)는 “설 명절이라서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은 것 같다”며 “하지만 경기도 좋지 않아 손님들이 지갑을 잘 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밤과 대추를 파는 박씨는 “밤과 대추 가격이 많이 올라 설에 쓸 양 이상을 사지 않는다”며 “해봐야 몇천원씩 사가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가격인 크게 오른 과일가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설 차례상에 필요한 사과와 배 가격은 올해 초까지 크게 올랐다가 설 명절을 앞두고 공급량이 늘면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가격이 예년보다 비싸 손님들 대부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있었다.

제수용품 구입 때문에 오일장을 찾은 김순열씨(60)는 “예년에는 식구들이 먹을 것도 사고 그랬지만 과일 가격이 올라서 차례상에 올릴 갯수만큼만 구입했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에도 차례상에 필요한 동태나 옥돔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수산물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분선씨(54)는 “그래도 지난해 추석보다 설 명절이 그나마 나은 것 같다”며 “옥돔 등 생선 가격이 올랐지만 설 명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이 조금은 늘었다”고 말했다.

수산물시장에서 동태 한 마리를 구입한 고순일씨(59)는 “생선이나 과일 등은 대형마트보다 오일시장이 더 싸 시장을 찾게 됐다”며 “그래도 오랜만에 시장을 봐서 그런지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과일코너나 수산시장 등은 사람들이 발길이 이어졌지만, 오일시장내 옷가게나 식당 등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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