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남항 인근 해상에서만 3차례나 등표 설치 공사가 이뤄졌다. 태풍 피해로만 보기에는 혈세 낭비가 큰데다 무리한 공사 추진에 대한 얘기까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아니 뗀 굴뚝에서 연기 날 일 없다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사를 발주한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등표 복구공사와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려고 제주해양관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담당 직원은 수천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작성한 설계도면의 오류를 가벼운 웃음으로 넘겼다.

심지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기자의 뒤통수에 욕설을 날리는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공무원의 전형을 보여줬다.

스스로 문턱을 높이는 공무원 사회에 대한 지적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심지어 자세를 낮추고 세금 낭비를 줄이는 공무원에 대해 '친절' '모범' 등의 타이틀과 함께 시상까지 한다. 지방에 파견 나온 국가공무원의 고압적인 태도는 더 말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런 사정까지 늘어놓지 않더라도 당장 생사가 걸린 어민 등 어업인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런 행태가 좋게 보일 리 만무하다.

조업을 나선 어민들은 해당 해역에 신호등과도 같은 등표가 없으면 선박 좌초 등 사고위험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 그 탓이 태풍 같은 자연재해나 시공업체의 능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공무원이란 단어 앞에 따라붙는 '구태의연'이란 말은 누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욕설에 대한 사과를 받을 생각은 애당초 없다. 사과를 받을 사람은 그들의 태만으로 위험에 빠져있는 우리 어업인들이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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