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4>프리랜서 여행작가 양학용·김향미 부부

967일 세계 여행·귀농 실패 후 제주 대흘 정착·늦깎이 대학 생활

여행학교 꿈…“아이들에 지역 참 매력 알게 하는 동반자 되고파”

 

생각해보면 뭔가에 매여 있는 일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회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훌훌 내버리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섰다. 산다는 것이 늘 정해진 대로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고 싶은 여지는 충분히 남겨두고, 세상과 느리게 눈을 맞추는 법은 나누려는 부부의 제주 생활은 그래서 표표히 나부끼는 바람과 닮았다.

 

# 좌충우돌 제주 적응기

자신만의 속도로 마주하는 세상, 낯선 그러나 그 안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삶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겐 뜬구름만 같다.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와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이라는 두 권의 책을 낸 프리랜서 여행작가 양학용·김향미씨에게 제주는 꿈을 위해 머무는 곳이다.

결혼한 지 10년째 되던 2003년 익숙하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967일 동안 낯선 곳을 누볐다. ‘귀농’이란 특단의 결심으로 한차례 큰 몸살을 앓고 난 뒤에는 ‘서울서 가장 먼 곳’을 찾아 제주를 선택하는 실수(?)를 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수가 맞다.

양씨는 “처음 충북 괴산에서 농사를 지을 때는 찾아오겠다는 ‘말’만 많았는데 제주에 오니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먼데서 어떻게 살겠냐고 걱정하시던 부모님까지 이제는 아주 가깝게 느끼실 정도”라고 말했다.

실수는 또 있다. 양씨는 제주대 사라캠퍼스 교육대학에서 늦깎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가능한 학교에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시골을 찾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살 곳을 정했다. 만2년. 조금씩 제주에 익숙해지면서부터 거리감은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 지역 아는 ‘여행’동반자로

▲ 라오스 여행 당시 모습
지난해 부부가 쓴 「시속 4킬로미터…」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청소년 11명과 함께 교사를 준비하는 대학생 2명의 라오스 동행기다. 첫 책 머리말에 다음에는 여행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적었던 것이 계기가 돼 제주 지역 4명과 전국 각지에서 참가 희망을 전한 아이들 7명이 함께 배낭을 꾸렸다. 여행에 앞서 사전 프로그램으로 제주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이들 부부에게 한 가지 숙제를 안겼다.

양씨는 “제주에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세계 다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보다 살고 있는 지역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부부는 아이들과 팀을 꾸려 제주를 살피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볼 계획이다. 주5일 수업제 확산 등으로 많아진 여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게 할 것이 아니라 동행할 여력이 없는 부모를 대신해 보호자 역할을 해주겠다는 말이다.

김씨는 “어린이 문화학교나 문화 사랑방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잖다”며 “학교나 지역에서 이런 생각들을 많이 공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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