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갓 일·망건장·탕건장 명예보유자 첫 작업 그룹 포함

돌고 도는 게 인생이고, 맥(脈)만 있으면 이어지는 게 전통문화라고 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렸을 때도 밖에서 하는 험한 일은 해본 적이 없다. 행여 손가락에 잘못 상처라도 날까 밖에 나가 노는 일도 조심스러웠고, 어린 시절부터 늘상 어머니 옆에 앉아 어깨 너머로 배우던 것이 삶이 됐다'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다음을 위한 자료로 남겨진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삶과 활동이 육성(肉聲) 아카이브화 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육성으로 삶과 전통문화역사 내 위치를 재확인하는 '구술(口述) 채록 사업'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올해부터 5년 동안 이어질 작업의 첫 그룹에 '갓일'(갓 만드는 기술) 김 연, '망건장' 이수여, '탕건장' 김공춘 등 명예 보유자들이 포함됐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비롯해 경기민요, 북청사자놀음, 탈출 등 전통문화를 옛 방식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와 명예보유자 등 '인간문화재'는 현재 208명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으로 언제 전통문화의 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계속해 제기됐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들 인간문화재 208명의 육성을 채록해 영구국가기록으로 보존하기로 하고 우선 올해 김공춘 할머니 등 14명의 육성을 채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40~50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단순히 전승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근대 전통문화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갓일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망건장은 제66호, 탕건장은 제67호로 기술적인 면에서나 전통문화 측면에서 일찍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공춘 할머니 등은 지난 2009년 명예보유자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강순자·강전향·김혜정씨 등이 보유자로 지정돼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기억 속에 내재된 무형의 전통문화 지식은 물론 전승 활동과 관련된 경험 및 생애 전반을 육성으로 생생하게 담아낼 계획이다. 채록한 육성 자료는 온라인으로 일반에 제공하는 한편 자서전 등 책으로도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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