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지킴이 김신열 할머니 한림수협 초청 15~17일 고향 방문
남편 김성도·손자 훤 동행…“너무 늦게 왔다” 안타까움 더해

꼬박 45년 만의 고향 땅.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풍경들에서 기억의 편린이 하나 둘 자리를 찾아간다. “이제야 왔네. 너무 미안하고, 너무 부끄럽고…”. 노 잠녀는 그렇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독도 지킴이로 더 잘 알려진 김신열 잠녀(75)의 고향 방문은 시종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한림수협(조합장 김시준)의 초청으로 제주에 왔다. 몇 번인가 초청 형식으로 제주에 왔지만 그렇게 그리던 고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진행된 환영행사서 김 할머니는 함께 울릉도·독도 바다를 누볐던 김공자 할머니(73·한림읍)와 해우했다. 불과 한 두해 전 독도에서 만났던 까닭에 그저 “오랜만이다”는 인사만 나눴다.

행사 후 김 할머니는 ‘독도사람’인 남편 김성도씨(73)와 둘째 손자 김 훤 군(13)을 재촉해 고향집을 찾았다. 간신히 반나절 남짓 주어진 자유시간을 모두 쏟아 고향의 것들을 가슴에 담았다.

한림 출신으로 알려진 김 할머니의 고향 주소는 한수리다. 김 할머니가 기억하고 있는 작은 어머니(96)와 김 할머니의 존재를 기억하는 조카 김영종씨(61) 부부가 아직 그 곳에 살고 있다. 정작 김 할머니가 물질을 배운 것은 19살 때 월령 바다에서 였다.

김 할아버지는 “지금껏 제주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며 아이마냥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는 할머니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부산에서 울릉도로 다시 독도로, 할머니의 바다가 바뀌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을 인연으로 김 할머니는 독도 잠녀가 됐다. 그것이 30살 때 일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고개만 돌리면 고향 바다가 보였고, 오랜만에 찾은 고향 여기 저기에는 기억 속 모습이 남아있다.

딸 김진희씨를 대신해 동행한 손자 훤이는 제주에서의 반응에 다소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이내 “우리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훤이는 2008년 ‘독도는 우리 땅’을 확인하는 6000명의 손도장 이벤트에서 첫 흔적을 남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6000번째 자국을 남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제주방문을 주관한 한림수협의 김시준 조합장은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를 도울 수 있어서 뜻 깊다”며 “한분이라도 더 많은 지역 출신 잠녀가 더 늦기 전에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늦게 제주를 찾은 김 할머니 일행은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17일 독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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