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진실찾기 그 길을 다시 밟다-양조훈 육필기록] <115> 특별법 제정 축하행사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린 '4·3특별법 제정기념 제주도민 한마당' 행사에서 명예제주도민증을 받고 인사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

추미애 의원, 감사패와 명예도민증 받아
4·3연대회의, '올해의 제주인'으로 선정

특별법 제정 축하행사
4·3특별법이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제주 도민 사회는 기쁨과 기대감으로 출렁거렸다. 이념 문제로 알게 모르게 제주 도민들을 옥죄여왔던 4·3을 국가 차원에서 진상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4·3특별법 제정 운동이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한창 진행될 때에도 도민 대다수는 '과연 이뤄낼 수 있을까?'하는 시선으로 한발 물러서 있었다. 4·3연대회의에서 벌인 특별법 제정 염원 서명 운동에 2045명이 참여하자 그것을 '소중한 성과'로 여겼을 정도였다.

그러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분위기는 고조됐다. 범도민적인 환영 행사를 개최하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서 4·3특별법 제정을 기념하기 위한 '제주 도민 한마당' 행사가 각급 기관장과 단체장, 도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99년 12월27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렸다. 보름 전 보수단체들의 특별법 반대 책동에 맞서 비장한 마음으로 결의대회를 했던 곳이다.

이 행사는 제주도의회 주최, 4·3연대회의 주관, 제주도와 4·3위령사업 범도민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억울한 영혼들에게 안식을, 도민들에게 희망의 새 천년'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칠머리당굿 기능보유자 김윤수 심방의 '초감제 굿'으로 막이 올랐다. 이어 연합풍물패의 '길트기', 제주춤 아카데미의 '북춤', 민요패 소리왓의 민요 공연, 민예총 음악분과의 노래 공연이 이어졌다. 또한 박재동 화백의 인물스케치 특별행사와 4·3특별법 쟁취 거리행사에 참여했던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초청공연도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

4·3연대회의 상임공동대표 임문철 신부는 개회사에서 "이제 4·3의 갈등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면서 "제주도를 생명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가자"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강신정 의장은 대회사에서 "4·3특별법 제정은 온 도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이제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나 21세기를 자랑스런 번영의 길로 이끌자"고 역설했다. 이어 우근민 도지사, 변정일·양정규 의원, 김창진 국민회의 도지부장, 조명철 4·3위령사업 범도민추진위원장의 축사와 박창욱 4·3유족회장의 감사의 말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사람은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이었다. 추 의원은 4·3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로로 제주도로부터 명예제주도민증을, 제주도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4·3연대회의는 헌신적으로 활동한 양동윤 기획단장에게 공로패를, '4·3은 말한다' 연재로 특별법 제정의 초석을 깔아준 제민일보 4·3취재반 김종민 기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때 4·3특별법 제정의 숨은 공로자인 강성구씨가 성금 200만원을 쾌척해 두사람에게 부상으로 전달됐다.

한편 필자는 4·3특별법의 국회 통과 다음날인 12월17일 4·3진실규명을 위해 4·3실록을 엮어내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한 업적으로 제주도문화상을 받았다. 제주도문화상 수상은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인데, 4·3과 관련된 문화상 수상으로는 처음이었다.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는데, 제민일보 4·3취재반에 100만원, 4·3연대회의와 4·3연구소에 각각 50만원씩 기탁했고, 나머지 100만원은 축하객 회식비로 썼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제민일보가 1999년 '올해의 제주인'으로 4·3연대회의를 선정한 일이다. 1990년 창간된 제민일보는 첫해엔 소설가 현기영 선생을 선정하는 등 해마다 도민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올해의 제주인' 상을 시상해왔는데, 1999년 수상자로 4·3특별법 제정의 공을 세운 4·3연대회의를 뽑은 것이다. '올해의 제주인' 선정위원회는 "4·3연대회의의 헌신적 노력으로 제주도민들이 50여년간의 멍에에서 벗어나 희망의 새 천년을 맞이할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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