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베 퍼커니스트 정인호

제주서 아프리카 전통악기 인연…실력 채워 다시 섬 땅으로

자기 ‘역할’만들어 지역과 호흡해야, 연말 젬베 발표회 계획

 

그 말이 맞다. 섬 땅을 데구르르 달려 내려와 섰을 때와 산 정상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숨을 내실 때 심장 고동 소리는 분명 다르다. 우리 전통 가락 역시 진양조에서 휘모리(단모리)로 사람살이와 함께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한 품에 안을 수 있을 크기의 사발모양드럼 ‘젬베’를 들고 제주에 자리를 잡은 퍼커니스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 ‘제주삼합’에 끌려

이제 14개월 두람이 아빠, 현대무용가 표광미의 남편,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한 ‘야자수 그늘 아래’카페 주인장. 제주 섬 땅 기운을 담아 젬베를 연주하는 정인호씨(50)의 명함이다. 모두 제주에서 만든 것들이다. 작고한 한국무용가 이동안 선생의 북 가락을 담당하는 등 국악을 했던 정씨는 지난 1995년 봅데강 은 희 대표와의 인연으로 제주에 왔다가 그냥 머물렀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에서 한 달 가까이 북을 두드리는 등 흥이 있는 곳을 찾아 머물다 2005년 제주를 떠났다. 음악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우연히 제주아프리카박물관의 아프리카 공연단으로부터 젬베라는 악기를 만난 것이 정씨를 바꿨다. 함께 연주를 하면서 자연스레 아프리카 음악을 알게 됐다. 독공으로 “젬베 좀 두드린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늘 모자랐다. ‘좀 더’라는 욕심에 서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악기 연주자들을 수소문하고 5년 정도의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다시 제주로 왔다.

정씨는 “자리젓에 삼겹살, 막걸리 하는 ‘제주 삼합’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며 “겨울 파란 마늘밭까지 눈에 어른거리는 게 나는 제주사람인가 보다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냥 가방을 싸고 제주에 내려온 것이 지난 2010년께.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카페’라는 이름의 공간도 만들었다. 식탁이며 의자에 막걸리 주전자까지 보이지만 사실은 젬베를 위한 공간이다.

정씨는 “저 혼자 즐기지 말고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에 뜨끔했다”며 “알음알음 이제는 함께 젬베의 맛을 나누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고 귀띔했다.

 

# 지역에 맞출 줄 알아야

먼저 10년정도 섬에 머무른 까닭에 정씨의 ‘제주 정착론’에는 뼈가 있다. ‘이민’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힘겹게 제주 정착을 선택해놓고 정작 지역과 조율하지 못하는 이유다. 단순히 제주사람들의 성향을 탓하는 것은 ‘자기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나도 그렇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것만 펼치려고 했지 제주에 해줄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역에 맞춰서 ‘역할’을 만들어야지 자신들의 기득권만 주장한다면 누가 마음을 열겠냐”고 말했다.

카페 문을 연지 이제 두 달여가 됐지만 벌써 원하는 사람들 누구나에게 개방된 파티도 진행했다.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의 이벤트다. 매주 화요일 오후 젬베 강의와는 또 별개다.

올 연말쯤 특별한 공연 무대도 준비중이다. 제주에서 빚어낸 ‘제주식 젬베’공연이다.

처음과 끝을 알리는 신호와 곡만 있는 아프리카 음악이 우리와 맞는 이유에서 출발해 직접 만든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정씨는 “일반인들을 위한 자리에서는 가급적이면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리듬을 소개하는데 그것들이 우리의 휘모리나 자진모리 장단과 비슷하다”며 “전 세계 공통의 리듬을 바탕으로 한 곡을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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