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등 인연
자발적 목소리 기부 등 입소문…‘소통’ 강조해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개막작 ‘달팽이의 별’중)

내달 개봉 예정인 감성 다큐멘터리영화 ‘달팽이의 별’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달팽이를 닮은 느린 걸음처럼 보이지만 차곡차곡 ‘장애인 영화’의 영역을 넓혀 가는가 하면 장애인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 제시에 은근한 공감대까지 형성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해 제12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제주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던지기도 했다.

‘動(동)·行(행)-움직여 행하라’를 주제로 한 영화제에서 이 작품은 일반에 조금은 생소한 영역의 장애 유형을 알리는 외에도 비장애인 영화감독이 장애인들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영상에 반영되면서 영상미와 함께 진정성·작품성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달팽이처럼 오직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보고 듣는 시청각 중복장애인 영찬씨와 척추장애로 남들보다 아담한 몸집이지만 마음만큼은 바다처럼 커다란 순호 씨가 만들어가는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랑 이야기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꿔가는 과정은 흔한 트렌디 드라마 같은 자극적 요소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다름이란 경계를 허물고 함께 하는’삶에 대한 공감대가 스크린 곳곳에 자리를 잡으며 감동을 끌어낸다.

이승준 감독이 일본 NHK, 핀란드 공영방송 YLE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미국 선댄스다큐멘터리펀드와 시네리치 제작지원, 아시안사이드오브더독, 유로독 공식 프로젝트 선정과 EBS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사전제작 피칭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EBS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관객상과 유니세프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외에도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서 상영돼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아시아 작품으로는 처음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달팽이의 별’은 또 “영화가 좋아서” 스스로 목소리를 기부한 가수 김창완의 더빙과 영화예술 다양성의 원천인 독립예술영화, 특히 장애인 영화의 수준을 서너단계 끌어올린 수작으로 꼽힌다.

㈔제주장애인인권연대 부설 장애인영상미디어지원센터 관계자는 “중복 장애에 대한 관심 유도는 물론이고 장애·비장애를 넘어 살아가는 모든 것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읽힌다는 점에서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낙점했다”며 “이런 흐름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팽이의 별’은 오는 3월 22일 한국영화 최초로 일반영화 버전과 가수 김창완이 음성해설로 참여한 배리어프리영화버전이 동시 개봉된다. 제13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는 오는 9월 중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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