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기획/"어멍아방 영 살았져"](75)잔칫날

▲ 잔칫집(「고영일이 본 제주의 속살」)
# 잇날 새서방과 새각시는 양가 부모가 결정민 시집 장게 갓주

사름은 태어낭 크민 시집 장게 드는게 ‘인륜지대사’엔 영 결혼을 는디 잇날은 영개나 동차도, 전화도 읏엉 교통 수단이나 통신 시설이 발달지 안 때난 을 안이나 을 베껫듸 소식은 인편으로나 전해 듣지 안민 잘 모른 어두운 시절이라. 어느 을에 어떤 새각시가 신지, 어떤 새서방이 신지 잘 모르난 중매쟁이가 “누구네 집이 막 좋은 새각시 이신디 번 봐 보쿠광?” 거나 “저 집인 메누리 구지 안건가?” 멍 주벤 사름덜 신디 르민 혼기의 부모들의 부탁을 듣고 혼사를 성사시켰주.

그 시절엔 사름덜이 빨리 죽어서 환갑(만 육십세)이상 사는 사름이 하지 않을 때난 조혼을 시켜 후손을 일찍 볼 욕심으로 새각시는 보통 열대, 새서방은 너댓 아래 소나이를 물색영 시집 장게 보내젱 부모들은 중매젱이 신디 부탁엿주.

삼대 자나 식이 귀 집인 손을 일직 보젱 나믄 뒌 새서방을 다섯 위에 새각시 신디 장게 보냉 놔두민 멧날 어멍 보고팡 울민 새각시가 서방을 앙 뎅기멍 달래곡, 길 버쳥 걷지 못민 등에 업엉도 뎅기곡 멍 새각시가 누님록, 어멍록, 각시록 1인 3역을 멍 을 때지 키우멍 앙 살젠난 게  세상을 살앗젠 릅디다.

중매  때는 양가의 가문을 봤는데 조상때부터 어떤 일을 햇는지, 방상 사름덜이 화목하고 번창 가문인지를 알아보고, ‘신부측’에선 새서방 아방이 름난 일이 잇엇는지, 집안의 재산은 먹고 살만 지, 새서방은 부지런곡 어진 사름인지 등을 봤고, ‘신랑측’에선 새각시 어멍은 아들을 잘 낳는지, 성격이 후덕지, 새각신 지세어멍 록 아기를 잘 남직가 등을 중요시 엿다. 요즘 사름덜록 ‘S라인’ 새각시나 번듯 직장을 가진 새서방을 만나려고 맞선을 보는게 아니라 양가 부모들이 짝을 맺어주민 잔치날이 뒈여사 새서방이나 새각시를 첫대면 게 뒈엇주. 우리 동네 개똥이 어멍도 가문도 좋고 새서방도 좋은 사름이엔 연 시집간 보난 얼굴은 박박 얽곡, 다리장 저는 새서방을 만나서 음에 들지 안여도 부모님이 맺어준 인연이라 수 읏이 각시가 벌엉메기곡 아기나멍 일생을 살아서 마씸.

# 잔치는 친척이영 동네 사름덜이 딱 다들엉 려줘서

새서방 쪽에서 중매를 통영 새각시 집에 청혼(請婚)곡 새각시 집에서 허혼(許婚) 뒈민 새서방 측에서 결혼 날짜를 정해서(納吉) 새각시 집으로 막펜지를 가져간 날부터 양가에서는 해 전부터 질르던 도새기도 치게 더 멩심영 멕이곡, 산뒤, 통보리, 콩, 을 두섬 정도씩, 술도 두춘이를 장만곡, 몸가짐도 더 멩심영 뎅기곡 여사 는거라.

잔치 사흘 전에 새각시 집더래 보내는 이바지도 형펜에 따라 차이는 잇엇으나 도새기 두리, 술 두되나 열닷되,  말이나 열닷말, 새기 스물이나 백개,  두리, 생선 열두리 정도를 보내야 고 또한 새각시 혼수는 이불 채, 누비이불 채, 요강 등을 준비 는디 요강 속에는 부자뒈곡, 장수곡, 행복게 잘 살렝 , 실, 불곽 등을 담앙 보내젱민 양가 부모들이 준비 여서.

잔치 아시 아시날부터는 친척광 동네 사름덜이 딱 다들엉 도새기를 잡앙 돗술은 뽑앙 곡 오좀푸께는 동네 아이덜이 가져당 발로 부비곡 늘령 름 넣으민 축구공 록 멩글앙 골목에서 축구를 신나게 멍 놀앗주. 둠비는 동네 아주망덜이 래영 랫방석이영 가져당 두 사름씩 짝지영 콩섬이나 아놓고 허벅으로 먹는물이영 간수  바당물을 질어와서 무쇠에서 콩루를 앙 간수로 간을 맞추엉 둠비틀에 광목으로 싸서 래착이나 왕돌로 눌러두민 뒷날 아침엔 맛좋은 른 둠비가 된다.

잔치 전날은 집 대문 앞에 소낭이나 동백, 대나무로 ‘祝結婚(축결혼)’이라고 쓴 아치를 세우고 만국기와 오색테이프로 장식영 잔치집에 축제분위기를 만들고 마당에 천막을 쳐서 전을 지지고 돗궤기도 앙 아메곡 민 잔치 준비는 다 끝나고 저녁에는 국에 밥을 영 가까운 친척끼리 모여 잔치에 따른 의견을 나누는 가문잔치에서 아들 식도 하곡 양친 부모가 생존 학문 높고 언벤이 좋아 말께나 는 친척을 우시(상객)갈 사름은 외가 2명, 친가 2명을 뽑아 집안의 세를 과시 엿다.

# 잔칫날 은 새기 나 얻어 먹젠

▲ 신랑과 우시(「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인날 새서방은 사모관대를 쓰고 매(암말)를 타고 새각시집에 도착민 신부집 중방의 안내로 우시가 먼저 들어강 마루에 홍세함을 내려 놓으민 새각시집 웃어른이 예장(禮壯)을 검토영 통과뒈어야 중방이 새서방을 안으로 청여 모시는디 혹시 예장을 새로 쓸 것에 대비영 글 잘 쓰는 사름을 데려가기도 했다. 홍세함 속에는 미녕(무명)과 명주 두필과 청실, 홍실, 납폐를 넣고 네귀에는 , 콩, 을 넣은후 홍포로 싸서 무끄는디 번씩 아뎅긴 후젠 라메지 안영 홍포 끝뎅이를 어울리멍 앙 창호지로 둘러 붙여 함(緘)나 봉(封)를 쓰고 도장을 찍엇다.

대반이 새서방을 청고 우시방부터 식사를 들인 다음에 새서방 밥상(床 : 곤밥, 국, 다리, 은 새기, 돗궤기, 전 등)을 들이민 하인이 상위의 음식을 밥두껑에 덜어낸(개반)후에 새서방이 식사를 다. 이때 새각시집 아이덜이 창문 베껫디서 새서방 음식을 얻어 먹젱 긋긋 베리멍 기다려도 주지 안 새서방은 염치읏뎅 욕곡 아이덜을 불렁 돗궤기나 은 새기를 주민 아이덜은 뭇 지꺼정 인반렌 새서방이엔 르멍 어른 뒐때 지 자랑 엿주. 새각시 식사와 사돈 열맹이 끝나민 원삼을 입고 족도리를 쓴 새각시를 데리고 새서방 집에 도착민 하인이 독교문(가마문)을 열고 대반이 새각시를 청해 마당에서 례를 마치면 새각시방으로 모셔서 새각시가 진상을 받아 식사를 마치면 시집에서 해준 옷으로 갈아입고 사주볼때 새각시가 돌아 앉는 방위쪽으로 돌아앉아 있어야 했다.

# 잔칫날 자파리는 새서방 아메곡 창곰 터지우는거

잔치가 끝나고 밤이 뒈민 동네 사름덜이 새각시도 구경곡 노래곡 춤추며 놀젱 다 모여서 북과 장구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고 놀다가 새서방에게 취하도록 술을 멕이고 흥이 돋을 때 장정들이 다들엉 양발을 무껑 상방 천장에 아멘 후제 새각시가 노래 때 지 장난삼아 발창을 때리민 새각신 매 안맞게 젱 노래는 부끄러웡 못곡 술이며 안주랑 가져왕 새서방을 풀어주랭 통정는 서늉보멍 재미낭 웃음차자기멍 계속 풀어주지 안민 수 읏이 노래를 부르민 잔칫날 축제는 끝나서. 을 사름덜도 다 집으로 가고 새서방과 새각시는 신방으로 가서 잠자리에 들려는 시간에 동네 총각덜이 집에 안가고 숨어 잇다가 째기 손가락에 춤을 라서 창호지 문에 고망을 내영 그 고망으로 베레보젱 민 새서방은 활딱 일어낭 “거 누구냐?” 멍 다울리민 도망가곡 멍 신혼 부부의 잠자리를 괴롭히는 장난도 그 시절의 재미난 장난거리 나 엿으나 지금은 옛 추억으로 남을뿐, 현세에는 이런 장난은 범죄가 되니 세상사 많이 변했주.

글 강원희 ㈔제주어보전회 이사·전 제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제주어보전회(www.jejueo.com) 제공

은 새기 : 삶은 계란

영개 : 자전거

지세어멍 : 현숙하게 집안일을 잘 다스리는 본처, 제어미.

박박얽다 : 얼굴이 심하게 곰보진 모양

춘이 : 20리터 용량의 술담는 원통형 질그릇

이바지 : 혼례 전에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보내는 혼례에 필요한 물품

돗술 : 돼지의 목과 등에 난 거센 털

우시(상객) : 결혼때 신랑 신부를 보호 뒷바라지하러 사돈집에 가는 사람

중방 : 결혼때 신부집에서 신랑을 맞아들이고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예장 : 신랑댁에서 신부댁에 드리는 혼서

납폐 : 혼인때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

대반 : 전통혼례시 신랑 신부나 그 일행의 사람 옆에서 접대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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