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중앙고 2일 축제형 입학식 '눈길'
'중앙고 애정남' 학교폭력 명쾌히 정리

▲ 2일 열린 제주중앙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나선 임병찬 학생(17)이 입학생 대표 선서를 하고 있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학교폭력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잉. 친구에게 돈을 빌렸다고 경찰 출동하지 않습니다잉. 하지만 갚지 않을 것을 전제로 돈을 빌리거나 돌려주지도 않으면서 친구의 옷을 빌리게 되면 이게 학교폭력이 되는 것입니다잉"  체육관에 모인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웃음이 쏟아졌다. 다음은 긍정의 끄덕거림과 박수로 채워졌다.

학교폭력의 폐해만 강조하던 일방향 교육에서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의 기준으로 정하고 그 것을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작은' 이벤트는 올해 확대 운영하기로 한 인성교육 현장이 아니라 신입생을 맞는 입학식 현장에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2일 제주중앙고(교장 부재호) 입학식은 예년과 달리 학교폭력예방교육이 함께 진행됐다. 유인물을 읽거나 관련 강사가 나와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는 일반적 형태가 아니라 영상물을 이용,  알듯 모를 듯 애매한 학교폭력의 기준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영상 학교폭력예방교육은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막연한 불안감 등으로 학교 생활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다는 점,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한 기성세대와 학생간 시각차가 크다는 점 등에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

학생들이 선택한 아이템은 모 공중파 개그프로그램의 '애정남'. 생활하는 동안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애매한 것의 기준을 정해주는'내용을 빌려 '학교폭력'을 설명했다. 신체적 폭력 만이 아니라 휴대전화나 SNS를 통해 보낸 메시지에 상처를 입히겠다는 의도가 있거나 '삐리리'로 처리해야할 수준의 은어나 속어를 함부로 사용하면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선배들의 시선에 주눅이 들었던 신입생들의 표정이 바뀌고 재학생들도 분주하게 의견을 나누는 등 교육효과는 컸다.

학생회장 강종욱 학생(19)은 "캠페인성 행사를 하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 보다는 재밌는 방법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영상물을 만들게 됐다"며 "학생들끼리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학교폭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앙고 입학식은 신입생 환영인사 대신 교장선생님의 축가가, 엄숙하고 딱딱한 의례 대신 댄스공연 등이 펼쳐지는 등 축제형으로 꾸려져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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