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주국제대학교가 5일 개교했다. 대학 구조조정 등 일련의 과정으로 가뜩이나 정리되지 않은 학교 분위기 안에서 대학생이 됐다는 기쁨과 설렘은 종이컵마냥 찌그러졌다.

제주국제대 개교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구조조정을 놓고 대학간 갈등이 있었고, 정상화 조건인 탐라대 매각에 대한 서귀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교명이 정해지고 개교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가 했던 기대는 대학 교직원 등 내부 갈등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비방과 폭로 수준의 기자회견과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심지어 '디도스 공격'같은 사회면 기사에서나 볼 수 있는 불편한 단어까지 등장했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캠버스의 새학기 분위기는 실종됐다. 새 대학 첫 새내기들은 삼삼오오 학교 탐험(?)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환영하고 새로운 회원을 확보하기 위한 동아리의 홍보전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새 환경에 적응하고 대학에서의 부푼 꿈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은커녕 학생들의 표정에는 분노와 좌절까지 읽혔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어떤 전공 서적으로 이런 저런 내용을 공부하게 될 거라고 수업 방향을 수업해야할 교수는 자신들의 입장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당위성을 변명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느라 강의실로 향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해야할 교직원들 역시 운영진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느라 눈 앞에 있는 존재들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위치만 지키는데 급급하다. 지역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학생들이라고 느끼지 못할 리 만무하다. 

"우리 신입생이잖아요. 게다가 개교인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새내기 여학생의 안타까운 볼멘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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