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에 살펴본 '허리 라이프사이클'

[쿠키 건강] 3월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남성과는 또 다른 하나의 병을 더 짊어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네발로 움직이는 포유류와는 달리 두발로 직립 보행하는 인간에게 척추질환은 피하기 힘든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이라는 짐까지 더해져 허리는 더욱 혹사당한다. 여기에 좌식생활이 일반적인 우리나라 특성상 허리를 숙여 하는 일이 많아 나이가 들수록 허리병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여성의 허리병은 '풍토병'이라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성의 라이프사이클을 살펴보면 시기별로 특정한 허리질환이 나타난다. 이는 연령대별로 허리 위험요인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만 주의해도 허리걱정은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무거운 가방에 짓눌리고 의자에 갇힌 10대의 허리= 척추질환이라고 하면 대개 나이 들어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리병의 싹은 10대부터 트기 식작한다. 이 시기 허리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의자와 가방이다. 여기에다 10대부터 신기 시작하는 굽 높은 신발은 허리를 더욱 휘청거리게 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청소년기는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자와 책상 높이를 그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사용하는 학교나 학원, 가정의 의자와 책상은 늘 그대로다. 몸에 의자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의자에 몸을 맞추게 된다. 가방은 교과서나 학용품 외에 학원교재까지 더해져 적정 무게인 몸무게의 10% 이하를 훨씬 초과하게 된다. 무거운 가방을 한쪽으로만 메는 습관은 허리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을 악화시키며 중고생으로까지 번져간 굽 높은 신발은 허리에 더욱 부담을 준다.

◇패션감 충만한 20대, 허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대의 허리는 킬힐과 빅백, 스마트폰 때문에 고달프다. 특히 아찔한 킬힐은 배는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는 자세를 만들어 허리의 피로도를 높인다. 또한 빅백은 실용성과 패션성 때문에 인기지만 어깨나 허리 건강에는 좋지 않다. 고도일병원이 지난해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빅백 사용자의 85%가 어깨나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무거운 가방을 한쪽으로만 드는 습관은 필연적으로 목과 어깨, 허리에 통증을 유발한다.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목뼈에 해롭다.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C자형으로 커브를 그려야 할 경추가 일자로 뻣뻣하게 굳어지는 '거북목증후군'이 유발된다. 척추가 가장 튼튼해야 할 시기지만 목과 허리는 이래저래 고달프다.

◇직장과 육아, 가사노동의 삼중고 30~40대= 30대와 40대에는 직장과 육아, 가사노동의 삼중고가 척추에 가해진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아기를 안았다 내려놓거나 업는 등의 행동은 허리에 고스란히 충격으로 남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좌식생활 문화이기 때문에 유달리 엎드려 쓸고 닦는 가사 일이 많다. 수시로 허리나 목, 어깨의 통증이 나타나도 자신의 건강은 항상 자식과 남편의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것도 허리질환을 악화시키는 가슴 아픈 요인이다.

◇50대, 폐경으로 골밀도 낮아지고 척추관협착증 급격히 증가=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는 골밀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폐경을 맞는 50대 이후에는 사소한 충격에도 척추뼈 골절까지 발생할 수 있다. 척추를 붙잡아주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 나타나는 것이 이 시기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50대 이전에는 사고나 충격에 의한 허리디스크가 많이 나타나지만 50대를 기점으로 노화에 의해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손주 돌보는 60대 할머니, 퇴행성 척추질환 급격히 늘어= 60대가 되면 퇴행성 척추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허리가 부실한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느라 허리병이 도지는 것도 한국여성의 아픈 현실이다. 이 시기에는 척추관협착증 외에도 척추뼈 사이에 완충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딱딱하게 굳는 퇴행성디스크도 많이 발병한다. 뼈를 잡아주는 인대와 근육의 기능도 떨어진 상태에서 아기를 돌보는 일은 중노동에 가깝다. 이쯤 되면 허리통증만이 아니라 엉덩이나 다리까지 통증이 심해져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

◇여성이 자신에게 주는 건강 선물, 척추 X-ray= 척추질환은 평생 건강의 버팀목의 되는 만큼 꼿꼿한 허리야 말로 건강나이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보편화되고 있는 건강검진에도 척추건강을 체크하는 항목은 빠져 있어 조기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 병원장은 "여성은 특히 육아와 가사노동 등으로 척추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만큼 40대 이후에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척추 X-ray를 정기적으로 찍어 척추건강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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