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피아니스트 김세운·바리스타 박소영

선흘과 인연 8년 직접 돌 쌓아 ‘카페 세바 지기’ 선언

재즈 통한 문화·지역 교류…“매일 새로운 것이 제주 매력”

 

몇 번이고 길을 묻고서야 찾아간 그 곳은 말 그대로 마을 한 가운데 있었다. ‘카페’라는 간판을 단 아담한 돌집에서 마을만큼 넉넉하고 여유 있는 표정의 두 여성을 만났다. 한 명은 주차장 정비를 돕느라, 다른 한명은 조금은 이른 시간 찾은 손님 때문에 제대로 ‘단장’을 못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 선흘, 떠날 수 없는 매력

‘제주시’라고는 하지만 조천읍 선흘1리다. 좁은 길을 한 참 달렸더니 더 좁은 길이다. 잘못 왔나 몇 번이고 동네를 돌다보니 작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세바’. 그냥 마음이 놓인다.

네덜란드 유학 이력까지 내려놓고 올해로 8년째 선흘 마을 주민으로 살고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김세운씨와 4년 서울 경력을 등에 업고 선흘 입주를 선언한 바리스타 박소영씨다.

자전거 여행에서 만난 돌담에 홀려 제주에 머물게 됐다는 김씨에게 카페 세바는 특별함 그 자체다. 돌 하나 하나 직접 찾아 쌓아올려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간 여기저기에 그런 흔적들이 오롯하다. 김씨는 “필요한 돌을 깎거나 다듬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맞는 돌을 찾아다니는, 자연과 더불어 뭔가 만들어낸다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벌써 8년째지만 여전히 매일이 낯설고 새로워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는 공간. 김씨에게 제주는 그런 곳이다.

김씨는 “방랑벽이라고 할 정도로 어디 한 곳에 머물지 못했는데 제주는 왜 인지 떠날 수 없게 하는 뭔가가 있다”며 “‘낯설다’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늘 신선하고 변화무쌍한 재즈 같은 어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운은 지난 여름 제주 여행을 왔다가 과감히 서울 경력을 청산한 박씨에게 전해졌다.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는 주문에 그대로 홀린 셈이다.

 

# 문화 소통·문화 이음 현실로

지난해 겨울 카페 세바의 문을 열면서 선흘에 재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1월 20일 오픈 기념 파티를 시작으로 거의 매주 재즈 공연이 열렸다. 마을 안에서 웅성웅성 사람 소리에 음악소리까지 번지는 것이 주변에는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전해졌다. 이웃의 ‘흔쾌한’ 동의로 공연이 이어졌다. 방문객이 늘면서 ‘불편하다’ ‘지저분해진다’는 민원도 생겼지만 아직까지 대화로 풀 수 있는 정도다.

선흘이 자발적 문화 마을로 자리를 잡는데 카페 세바도 한몫 단단히 했다. 김씨는 “제주에 정착하고 나니 멀리 있는 친구가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효과가 생겼다”며 “늘 여행하는 느낌이라는 것이 제주 살이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서 한 시간 비행거리, 공항에서 다시 한 시간 차를 달리면 닿는 곳이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적잖다. ‘꼭 필요할 것 같다. 잘 써 달라’는 쪽지와 함께 오래된 옛날 문 틀 같은 뜻밖의 택배가 도착할 정도다. ‘적잖은 나이의 여성 둘이 산다’고 동네 어르신들의 각별한 관리(?)를 받다 보니 크고 작은 마을 일에 정통해졌다. 올해 단 1명인 신입생을 위해 학교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는 말에 벌써부터 선흘분교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날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김씨와 박씨는 “아직도 ‘왜 제주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살아보면 안다’는 답밖에 할 수 없다”며 “제주의 매력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냐”고 반문했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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