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멸 감독 '꿀꿀꿀…' 제작비 부족 등 이유 잠정 중단
1차 촬영 후 후반작업 손 못대…예산 충당 위해 일본행

4·3에 대한 시대·지역적 사명과 제주 최초의 4·3장편영화를 유작으로 남긴 선배의 유지를 잇기 위한 작업이 중단 위기에 봉착했다.

'평화로운 그날을 위해'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22일 크랭크인한 제주4·3장편독립영화 '꿀꿀꿀- 끝나지 않은 세월II'(감독 오 멸)이 1차 촬영 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뜻 있는 지역 젊은 영화인과 4·3의 해원·상생을 향한 지역적 지지의 결합으로 눈길을 모았던 영화는 '제작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잠정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영화 제작의 중심축인 자파리 필름·연구소는 영화 제작 대신 현재 내달 4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6개 현에서 열리는 하키 어린이 국제 공연 예술 축제(이하 하키 축제)에 참가중이다. 하키 축제는 일본 내 아트마켓 중 최고의 축제로 어린이 기획 공연에 관심이 높은 행사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 하키 축제에 초청받아온 자파리필름·연구소는 23~25일 본 행사에 앞서 일찌감치 짐을 꾸렸다. 공연 수익으로 영화 제작을 위한 비용을 충당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자파리 연구소의 어린이 창작극에 대한 평가를 확인하고 기존 작품들을 내실화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반대로 내년 4월을 목표로 야심차게 진행해온 영화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차마 영화 제작 전체를 중단하지 못한 채 오 멸 감독 등 스텝 일부가 제주와 일본을 오가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편집 등 영화 완성도를 높이는 후반 작업에는 거의 손도 대지 못하면서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자파리 필름 관계자는 "4·3 영화화와 지역 영화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라는 격려에 맨손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렇게 주저앉기에는 아쉬움이 크다"며 "'저예산'이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도민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영화"라고 토로했다.

영화 '꿀꿀꿀…'은 4·3 광풍이 온 섬을 뒤덮은 1948년 겨울을 배경으로 한 흑백 영화로 기존 사건의 재현으로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4·3에 대한 제주 안과 밖의 관심을 환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 감독의 말처럼 '한라우드(제주형 영화 시스템)'의 초석이 될 영화로 관심에 상응하는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화 제작을 위한 도민 후원 창구도 계속해 열려있다. 도민들의 정성은 전액 영화 제작비로 사용된다. 후원 홈페이지(http://japari.org)나 후원 계좌(농협 355-0011-5082-53·예금주 자파리연구소)를 통해 격려의 마음을 전달하면 된다. 30여명 촬영 스텝을 위한 현물 후원과 재능기부도 받는다. 후원 문의=010-6693-2345.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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