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은 영화평론가만의 몫인가, 아니면 대중의 몫인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거짓말’에 대한 평도 평론가마다 달라서 문외한인 필자 역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까.

‘거짓말’이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 평부터 옮겨보자.

“장선우 감독이 시도한 여러 실험작품들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맑은 시선으로 인간의 위선과 타락을 드러냈다”“진보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용인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용기있게 저항한 영화이다”

‘거짓말’이 영화도 아니라는 평을 들어보자. “미성년자와의 변태적 성관계, 가학행위 등의 묘사가 거의 포르노에 가깝다”“이런 영화를 선택한 베니스 영화제의 수준이 의심스럽다” 영화에 대해선 반편 무식쟁이인 필자는 어느 쪽에 가까우냐하면 단연 혹평(酷評) 쪽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은 아무런 메시지와 재미와 흥미도 없는 포르노적(的) 작품이다. 장선우 감독은 ‘거짓말’이전에 발표한 ‘화엄경’과 ‘꽃잎’에서는 탄탄한 의식을 보여주었다. 잔잔히 흐르는 장면을 통해 이어가던 메시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에 대한 감동이 길게 그리고 깊게 남았다.

그런 그이가 10번째 만든 작품이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관객들에게 아무런 메시지 전달도 없이, 다만 가혹하다고 소문난 한국영화의 심의규정에 과감히 도전한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는 것만 보여주었다.

그런 영화는 영화제작기술만 배운 사람이라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내내 옷벗고 뒹글고 엉덩이를 서로 때리는 것이 영화인가. 그같은 영화는 비디오점에 가면 얼마든지 있다.

물론 포르노가 일반극장에서 상영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영화의 장면들 속에서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만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 메시지라는 것이 상영을 가능케했다는 파격적인 성애(性愛)만으로 변호될 수 없다.

‘거짓말’에 대한 호평(好評) 대부분이 금기를 넘겼다는 것 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사랑에 모범답안이 없다고 하지만 어느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맑은 눈을 찾을 수 있었는가. 거짓말이다. 아무런 감흥도 없는 이런 영화라면 차라리 얼마든지 상영케 하자. <김종배·논설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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