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드락소극장 국산 애니 '소중한 날의 꿈'상영
4월 6~14일 매일 선착순 100명 관람 가능

▲ 안재훈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거창한 꿈과 계획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순간순간 우리에게 살며시 일어났었던 바로 그 순간의 소중한 감정과 거칠고 씩씩했던 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안재훈 총감독 인터뷰 중)

지난해 6월 '토종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란 기대감과 함께 극장가 점령에 나섰던 작품이 있다. ㈜연필로명상하기의 '소중한 날의 꿈'이다.

관객 200만명을 넘기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쓴 '마당을 나온 암탉' 등 다른 애니메이션의 성공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예술영화관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상영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시 아라동 간드락 소극장(대표 오순희)이 4월 6~14일 담백하면서도 든든한 여운의 추억을 제주에 초대했다. 무려 11년 동안 총 10만장의 작화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낸 주역인 안재훈 총감독도 함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꿈과 더불어 중·장년층의 기억에 남아있는 흑백 사진의 풍경을 그대로 살려낸 이 작품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순수했던 과거 '지금의 나'를 응원하는 어릴 적 나의 이야기로 잔잔한 반향을 이끌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 아니다. 6개월간 5만 명을 갓 넘긴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 개봉관에는 언제 걸렸는지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이 묻어나는 이 작품 속 주인공 '이랑'은 달리기 실력 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영화 '러브스토리'보다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하겠노라 꿈을 꾸지만 현실은 헐렁한 교복이 불만인 보통 소녀다. 그런 이랑이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엉뚱한 철수와 만나며 느끼게 되는 첫사랑의 설렘이 봄눈 녹는 듯한 가슴 떨림으로, 복숭아의 은근한 분홍빛으로 다가온다. 여성의 섬세한 영혼을 수놓듯 펼쳐내는 대사와 장면들에서 감히 눈을 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시루떡 같은 것도 수 만 년에 한 층 씩 쌓인 거야. 지금 너의 그런 '거름'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른 이랑'을 만드는 거야. 그 안엔 '보물'도 있고 '버릴 것'도 있겠지. 그걸 알게 되는 때가 너한테 올 거야.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소중한 날의 꿈' 중)

흑백 사진 속 손때 묻은 꿈과 풍경이 천연색 환타지로 바뀌는 순간의 황홀함은 전문 상영관이 아니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011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본선 진출, 제15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심사위원 특별상 등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월 6일 오후 7시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7일 오후 2시에는 청소년들과의 워크숍이 준비됐다. 소극장 여건 상 선착순 100명까지 관람 및 참여가 가능하다. 어린이 3000원, 청소년 이상 5000원. 문의=070-4131-3031.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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