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예총 64주년 4·3문화예술축전 계획 공개
제1회 4·3다큐멘터리영화제, 미술제 등 부활

예부터 그랬다. 섬 땅에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금 따위는 없었다. ‘사람’이란 이름을 달고 맺어왔던 인연의 끈을 내려놓는 마지막 장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4월이면 열리는 공간은 언제나처럼 섬 땅 사람들의 깊은 한숨이 흐른다. 턱턱 막히는 속내를 마른 기침 마냥 털어내던 그 때를 지나 피고름 같은 기억도 수차례나 짜냈다. 그래도 여전히 상처인 채 남아있는 것들을 환기하는 몸짓이 꿈틀댄다.

“죽은 자를 예술로 돌이켜보자”는 시대적 소명과 지역예술인의 사회적 책무로 1994년 첫 4·3문화예술제를 치르고 이제 20년을 앞둔 자리, 다시 ‘미여지 벵뒤’(제주 굿의 마지막 제차 중 하나인 영개돌려세움 중 영혼이 마지막으로 이승의 것들을 내려놓는 상징적인 장소)가 열린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지회장 박경훈)가 27일 ‘2012 4·3 64주년 4·3문화예술축전’계획을 공개했다.<표 참조>

올해 행사 중 4·3예술제의 전신 격으로 지난해 장소 확보 등의 문제로 개최되지 못했던 탐라미술인협회(회장 송맹석)의 제19회 4·3미술제(4월 1~20일, 4·3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가 당당히 제자리를 찾은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아직 남아있는 4·3의 흔적을 사각프레임에 담아온 탐라사진가협회(회장 이병철)는 4·3의 피해와 함께 오늘을 사는 후유장애인들의 삶과 기억을 옮겨낸다. (4·3사진전-4·3휴유장애인들의 아픔을 다시 듣다, 30~4월 30일, 4·3평화기념관)

60주년 행사부터 다음 세대를 위한 기억의 자리로 관심을 모았던 ‘4·3청소년평화예술제’가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못한 대신 ‘4·3’을 섬을 넘어 세상에 알리는 통로 역할을 했던 도내·외 제작 영상물을 한데 모은 제1회 4·3다큐멘터리영화제(4월 2~8일, 4·3평화기념관)가 문화예술 행사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예산 등의 문제로 지난해 열리지 못했던 찾아가는 현장위령제는 올해 ‘강정마을’에서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고통을 연결하는 해원상생굿으로 치러진다.

김수열 시인의 바통을 이어 김경훈 시인이 극본과 연출을 맡은 놀이패 한라산의 ‘4월굿 산호수놀이’가 4월 20·21일 도문예회관 놀이마당에서 펼쳐진다. 4·3문화예술축전의 피날레 역할을 담당했던 4·3평화마당극제는 보다 큰 판을 위해 8월로 개최시기를 옮겼다.

박경훈 지회장은 “행사 때 만이 아니라 4월 제주와 함께 호흡하는 모든 이들이 ‘4·3’을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도민들의 동참이 행사를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문의=75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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