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공원·기념관 ‘역사전시장’ 탈바꿈 관람객 줄이어
유족 등 발길, 봉개연청 등 4·3채비…2일 위령제 전야제

▲ 김대윤 할아버지가 1일 4.3평화공원 행불인비에서 가족들에게 4.3 당시 행방불명된 형과 누나, 매형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게 네 큰 할아버지 이름이고, 여기는…”

김대윤 할아버지(72·제주시 제성마을)의 손 끝이 떨린다. 모처럼 제주를 찾은 아들 식구까지 전 가족이 1일 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비를 찾았다. 7살이던 당시 기억은 여기 저기 구멍투성이지만 안타까이 목숨을 잃은 가족들의 이름 석자 만큼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 나이 어린 손자들에게 형과 누나, 매형의 이름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술 한잔 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사수동 출신의 김 할아버지는 “4·3 당시 매형은 동네 사람 6명과 도두봉에 끌려가 죽었고 형님은 그 이듬핸가 목포형무소에 갔다는 얘기만 듣고 그 이후 소식은 모른다”고 말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누님의 안부 역시 누군가 연동 쪽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신고해줘서야 알았다. 기일이라는 것이 없으니 제사를 지내기도 어색하고 때만 되면 이렇게 행불인비를 찾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억울하고, 살아서도 억울한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어디냐”고 말을 아꼈다.

▲ 봉개동연합청년회(회장 문창섭)가 1일 4.3 희생자 위령제를 앞두고 막바지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4월이다. 김 할아버지 일행 말고도 4·3평화공원과 기념관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이른바 4월 효과다. 제주시봉개동연합청년회(회장 문창섭) 회원들의 하루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대도로변 현수막 외에도 4·3평화공원까지 이르는 길에 가로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꼬박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 일에 회원들 누구도 싫은 기색을 하지 않는다. 문 회장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제주4.3 64주년'4.3미술제-식구'
역사전시장 역시 충실히 채워졌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4·3사진전 ‘4·3후유장애인들의 아픔을 다시 듣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와 ‘에 이어 1일부터 4·3미술제 ‘식구’, 추념 시회전 ‘끝내 다시 만나야할 이름, 평화’, 제민일보의 4·3보도기획전이 일제히 시작됐다. 이에 맞춰 동광성당 청소년부 등 단체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 등 4월 분위기를 냈다.

▲ 4.3사진전

▲ 4.3 62주년 추념 시화전
같은 날 제주시청 일대에서는 4·3주제 거리전시가 열려 도민들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 1일 제주시청 일대에서 열린 4.3거리전시
2일에는 제64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 봉행위원회 주최로 ‘그해 여름처럼 바람이 분다’주제 제주4·3희생자 위령제 전야제가 열린다. 늦은 6시30분부터 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전야제는 ‘역사 진실 찾기’보다 더 어려운 역사 지키기를 위한 오늘의 의지를 묻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전야제 행사 문의=75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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