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주년 제주4·3평화축전 제1회 다큐멘터리 영화제 2~8일
오키나와전쟁 담은 ‘겟토노 하나’ 2·3일 영화예술문화센터

▲ '레드 헌트'중
64년 전 섬 땅을 붉게 물들였던 비극을 다뤘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았던 이들이 있었다. 「순이 삼촌」의 작가 현기영이나 ‘한라산’의 시인 이산하는 공안당국에 의해 유치장에 갇히거나 판금 조치 등의 고초를 겪으면서 할 말을 못하고 땅 속에 묻혀 있는 유골들의 한을 세상에 꺼냈다. ‘잠복된 위험을 드러내는 자’로 이들이 펜을 잡았다면 생존자들의 증언과 관련 기록물 등을 기록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작업 역시 쉽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투박한 화면은 검열의 가위에 난도질당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물로 몰리며 제대로 세상 빛을 보지 못한 채 먼지를 먹는 날이 많았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만큼 오래되거나 여전히 억압받는 기억을 지켜냈던 영상기록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64주년 제주4·3평화축전에서 처음 마련된 제1회 4·3다큐멘터리 영화제다.

2일부터 8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강당에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는 ‘제주4·3’을 소재로 한 도내·외 다큐멘터리와 지역 방송국의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표 참조>

▲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중
1992년 제작된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감독 김동만)에서부터 2004년작 ‘섬을 떠난 사람들’(연출 양원홍)까지 화면과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스멀스멀 차가운 기운이 몸을 감싸고 숨겨졌던 진실과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마주하는 충격을 감수해야 하는 작품 9편과 만나게 된다.

2005년 55년간 한국 현대사 혼란기에 벌어진 4·3의 한을 온몸에 역사로 새긴 채 살다 세상을 떠난 진아영 할머니의 공허한 시선을 만날 수 있는 ‘무명천 할머니’(감독 김동만), 정당화한 학살에 대한 날선 지적으로 2001년 대법원 판결 전까지 상영 때마다 적잖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레드 헌트’(감독 조성봉) 등이 상영된다. 8일 오후4시10분부터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진행된다. 문의=010-6798-7039(고혁준).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또 하나의 섬, 오키나와의 6·23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가마-겟토노 하나(GAMA-月桃の花·감독 오오사와 유타카)도 제주 초연된다.

▲ 오키나와전쟁과 양민학살을 다룬 오키나와현민영화 '겟토노 하나'중
2일과 3일 오후 3시 상영되는 이 영화는 제주인을 포함해 강제징용 당한 한국인 1만여명이 ‘인간총알받이’로 희생당했는가 하면 오키나와 현민의 4분의 1인 12만명이 ‘황국신민’이란 이름으로 집단자결을 강요받고 또 미군에 의해 학살됐던 비극적 역사를 한 어머니의 눈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 목숨을 잃은 23만여명의 이름과 국적을 기념하는 오키나와 마부니 평화공원 ‘평화의 주춧돌’을 모티브로 당시 ‘가마’(석회동굴)에서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문의=756-5757, 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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