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 이모저모

하늘 탓을 하기에는 허술한 행사 진행에 대한 4·3 유족들의 아쉬움이 컸다. 3일 제64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를 위해 봉행위원회·집행위원회 등을 구성하며 만전을 기하기는 했지만 빈약했던 ‘임시 분향소’만큼 유족들의 가슴에는 허전함이 가득했다. 그만큼 국가추념일 지정 등을 통해 제대로 원혼을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 강풍으로 실내 임시 분향소를 중심으로 진행된 64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좁은 장소 등을 이유로 도내.외 인사를 우선 입장하도록 했는가 하면 진행 내용을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으면서 불만이 잇따랐다.
 

궂은 날씨 속 행사 진행 차질

 

○…초속 30m가 넘는 강풍에 64주년 4·3위령제 시나리오가 전면 수정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했다. 오전 11시 위령제단에서 진행하기로 한 행사가 시작 30여분 전에 대강당으로 장소를 옮기며 준비에 부산을 떨었는가 하면 갑작스런 비로 임시 주차장 일부가 폐쇄되면서 참석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야외에서 설치했던 임시시설물과 전시물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위령제 진행을 돕기로 했던 제주방어사령부 군악대와 제주도립합창단·서귀포관악단 등 합동연주단 160명도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위령제 사전 행사인 ‘혼백맞이 길닦음’(주관 한국민족예술인연합 제주도지회)과 사후 행사인 국악 추모 공연 ‘넋두리’(주관 제주국악협회)도 장소 협소 등의 이유로 축소 또는 분산 진행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 4.3유족들이 4.3평화공원 내 위령제단에서 희생된 가족들의 이름을 찾아보고 있다.

“누구를 위한 위령제인가”

 

○…궂은 날씨 때문에 행사 직전 위령제 장소가 바뀌면서 준비는 물론이고 관련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유족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임시분향소가 설치된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도·내외 인사들만 우선 입장하도록 하고 정작 유족들이 자리한 1층 로비 모니터와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행사장을 찾은 유족들은 “위령제는 영령과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달래기 위한 자리”라며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 이해해 달라는 말로 위령제 취지를 흐린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 궂은 날씨로 위령제 식전과 식후 준비됐던 문화 행사들이 축소 진행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어디서 왓수가”

 

○…자신들의 아픔을 확인하는 자리에 고르지 않은 날씨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진 위령제단과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제주4·3평화기념관 안에서 유족들은 “어디서 왓수가” 한 마디로 슬픔을 공유한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1948년 겨울 토벌대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다는 김두호 할아버지(80·한림읍 명월리)는 “전쟁도 치르고 이런 저런 일들로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좀처럼 행사장을 떠나지 못했다.

일본인 평화활동가 이타쿠라 히로미씨(81·일본 나가노시)는 “제주4·3과의 인연은 없지만 위령제에 꼭 참가하고 싶었다”며 “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유족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4·3국가 추념일 지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수자씨(68·여·서귀포시)는 “4·3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국가 추념일 지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성부씨(66·제주시 해안동)도 “유족이 원하는 대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알고 있다”며 “국가 추념일 지정은 유족을 넘어서 자손 세대의 화해·상생의 삶을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3 정치적 이용 안 될 말”

 

○…새누리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제주4·3에 대한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다. 당을 대표해 위령제에 참가한 김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으로는 처음으로 4·3위령제에 참가했었고 4·3특별법 제정에도 우선 참여하는 등 관심이 많다”며 “당 차원에서 제주가 화합·발전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국회의장은 또 “총선을 앞두고 제주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지만 직접 아픔을 당한 제주도민은 그런 의도를 다 안다”며 “내가 있는 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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