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현 오사카 제주4·3유족회장, 김문남 사무국장
“재일 3·4세대 인계 위한 방안 같이 모색해야”

▲ 오사카 4.3유족회 김문남 사무국장(사진 왼쪽)과 오광현 회장(사진 오른쪽)
“제주4·3을 말하게 됐으니 이제는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일 제64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오광현 오사카 4·3유족회장과 김문남 오사카 4·3유족회 사무국장은 이번 제주 방문에 작은 고민 하나를 가지고 왔다. 이제 60대인 두 사람 모두 4·3 현장에는 없었다. 하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4·3으로 목숨을 잃었고 한참을 모르고 살았다. 그들 스스로가 ‘유족’이자 ‘증거’이지만 제주4·3을 잘 모르는, 재일 제주인 사회의 현실인 셈이다.

오 회장의 입에서 한 웅큼 걱정이 쏟아져 나온다. 오 회장은 “재일 제주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제주4·3이 말해도 괜찮고, 슬퍼해도 괜찮을 만큼 됐다”며 “하지만 오늘 제주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똑같이 고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4·3 등으로 일본으로 몸을 피했던 1세대들이 고령화하는 만큼 기억 역시 낡고 있다. 재일제주인 3·4세대들에게 ‘제주4·3’만이 아니라 ‘조국 한국’과 ‘고향 제주’를 인정하게 하는 일도 여의치 않다. 결국은 ‘다음 세대로의 계승’에 대한 고민이다.

오 회장은 “재일 3·4세대들이 한국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재일한국인에 대한 민족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제주4·3을 부정하는 보수 세력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제주 4·3이 진정한 의미의 평화를 상징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작업을 추구해야 한다”며 “화해와 상생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여행 가방에는 오는 22일 일본 오사카 이쿠노 구민센터에서 열리는 ‘제주4·3 64주년 재일본 4·3희생자위령제’안내문이 빼곡했다.

올해 행사는 특히 ‘재일성(在日性)’을 중심으로 깊은 슬픔의 치유와 희망을 향한 걸음을 기원하는 데 무게를 뒀다. 재일동포 가수로 제주4·3위령제 전야제 등에서 얼굴일 익은 이정미씨가 특별 참여해 위령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아직 ‘기억’이 남아있는 재일동포 4·3사건 체험자의 증언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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