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도시계획조례안, 무엇이 문제인가

▲ 도시계획조례안이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과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진되면서 갈등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전경.
도, 정책토론회 1차례·도민 의견 반영도 형식적 수준
의회, 주민·행정 의견 조정 안해…중재자 역할 소홀

(3면) 도시계획조례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난개발 우려, 형평성 논란 등의 지적을 받고 있지만  해법 모색을 위한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도시계획조례안 입법예고를 통해 받은 도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도민 공감대 형성이 미흡한 실정이다.특히 난개발 방지와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 등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도시계획조례안을 공론화 절차 없이 결정할 경우 자칫 갈등 양산이 우려되고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 확보기준=도는 원활한 차량 소통과 소방도로로서의 기능 제고를 위해 도로확보 기준을 도시계획조례안에 신설했다.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주기장은 너비 6m이상, 2000㎡이상의 숙박시설·일반업무시설은 8m이상,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유스호스텔은 10m이상, 종합병원과 관람장은 12m이상을 확보하도록 했다.

하지만 녹지지역과 관리지역중 도로폭이 8∼12m인 곳은 일주도로·해안도로를 제외하곤 거의 없어 사실상 개발할 수 없는 등 현실성이 없는 조치라고 건설·주택·건축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위해 숙박시설 확충이 필요한 데도 조례는 가족호텔·호스텔 등 숙박시설을 짓지 못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 확보 기준이 있는 데도 도시계획조례에 도로 확보 기준을 또다시 넣는 것은 과도한 규제란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시 동지역 하수도 미설치지역의 개발행위허가 규제 폐지(이하 개발행위허가 규제 폐지)=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무분별한 건축 행위 등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우려해 만든 개발행위 허가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종전 하수관거에서 200m내에 있어야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거리 여부에 관계없이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가가 상대적으로 싼 녹지지역에서의 건축물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우려되고 동지역 인구 집중에 따른 지역간 불균형 심화, 도시 외연 확산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도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연립주택을 4층에서 3층이하, 소매점은 1000㎡에서 500㎡이하, 음식점은 500㎡이하로 제한하는 등 건축규모를 규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연녹지지역에서의 4층은 난개발이 되고 3층은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건축업계는 "연립주택은 3층으로 줄이는 대신 다세대 주택은 4층 건축이 가능, 다세대주택 건축을 유도하는 조례"이라며 "다세대 주택의 사업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입주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전녹지지역에서의 일반음식점 허용=도는 주민 편의를 위해 보전녹지지역 및 보전관리지역에 1차산업 종사자가 설치하는 일반음식점 설치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제주 관광의 대표적 상징인 올레코스 대부분이 보전녹지지역이나 보전관리지역에 위치했다"며 "조례안이 통과되면 올레코스·해안도로변·중산간 지역에서의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 및 경관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시 과밀화 방지를 위해 일반상업지역에서의 건폐율을 80%에서 70%로 낮추는 등 시가지 일반상업지역은 '묶고'해안도로변은 '풀어주는'등 도시계획조례가 거꾸로 가고 있다.

건설협회 제주도회·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건축사협회 제주도건축사회 등은 최근 건축물 용도에 따른 도로 확보기준, 자연녹지지역에서의 건축제한 강화, 일반상업지역에서의 건폐율 강화 등을 재검토해줄 것을 도와 의회에 건의했다.

△공론화 없는 정책 추진=제주도는 지난해 10월7∼27일 도시계획조례에 대한 입법예고를  실시해 도민·전문가들의 의견 20건을 받았으나 이중 6건을 수용했다. 자연녹지지역에서의 건축제한 강화 등 쟁점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난개발 방지와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 등 이해 관계가 맞서고 있는 데도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제주발전연구원이 주관한 포럼(1차례)에 그쳤다.

반면 통장·이장 설명회와 민방위 기본교육 등 20회, 언론 기고 29회, 팸플릿·캘린더 9000부 배부, 홍보 전단 배부, 캠페인 등 제주도의 도로명주소 홍보와 비교하면 도시계획조례안 공론화는 극히 인색한 수준이다.

제주도의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도시계획조례안을 제출했고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올 2월 임시회에서 "용도지역·용도지구안에서 건축행위 제한 등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심사보류, 3월 임시회에서도 "개발행위 허가기준의 난개발 예방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심사보류했다.

이처럼 2차례에 걸쳐 심도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심사보류했으나 정책 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 지역 주민 및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하지 않는 등 정책 조정 및 중재자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오늘(23일) 도시계획조례안을 재상정, 심사할 계획이어서 심사 결과가 주목된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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