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여름나기가 힘겨운 취약계층들<하>
여름철 전기세 걱정, 겨울엔 난방비 부족
간식비 1인당 800원 "누구 코에 붙일라고"
"지원을 늘려달라는 얘기를 매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제주시내 모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수 년 째 경로당 지원비 인상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행정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경로당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 가동은 엄두도 못 낸다. 지난 겨울에도 난방비가 부족해 있는 보일러도 거의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 경로당을 찾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부족한 지원에 대해 "주는 것 갖고 맞춰서 써야지 별 수 있냐"고 체념했다.
다른 경로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내 시설된 경로당을 찾는 한 할머니는 "날씨가 더울 때는 경로당 안 보다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며 "전기세 부담 때문에 에어컨 트는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니, 차라리 공원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 경로당 지원비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 현실성 없는 예산 편성으로 인해 도내 노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처지다.
제주지역 경로당 여름철 냉방비는 시설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한 곳당 20만원이 지원된다. 이로 인해 시설규모가 큰 일부 경로당인 경우 전기료 부담으로 냉방기를 가동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행정은 "자체사업 지원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냉·난방비를 포함해 운영경비도 부족, 경로당 노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간식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규모가 큰 경로당의 경우 전기세·전화세 등 운영비로 이것저것 쓰다보면 간식비는 1인당 한 달 800원 정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가 당초 사회복지예산을 25%로 늘리는 등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처럼 밝혔지만, 결국 도내 경로당 현실은 매년 부족한 운영 경비로 힘든 실정이다. 고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