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여름나기가 힘겨운 취약계층들<하>

여름철 전기세 걱정, 겨울엔 난방비 부족
간식비 1인당 800원 "누구 코에 붙일라고"

▲ 제주시내 모 경로당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 노인들은 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경로당 전기세 부담에 에어컨 가동 대신 선풍기를 이용하고 있다.

"지원을 늘려달라는 얘기를 매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제주시내 모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수 년 째 경로당 지원비 인상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행정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름철 무더위가 찾아왔지만 경로당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 가동은 엄두도 못 낸다. 지난 겨울에도 난방비가 부족해 있는 보일러도 거의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 경로당을 찾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부족한 지원에 대해  "주는 것 갖고 맞춰서 써야지 별 수 있냐"고 체념했다.

다른 경로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내 시설된 경로당을 찾는 한 할머니는 "날씨가 더울 때는 경로당 안 보다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며 "전기세 부담 때문에 에어컨 트는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니, 차라리 공원에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 경로당 지원비가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 현실성 없는 예산 편성으로 인해 도내 노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처지다.

제주지역 경로당 여름철 냉방비는 시설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한 곳당 20만원이 지원된다. 이로 인해 시설규모가 큰 일부 경로당인 경우 전기료 부담으로 냉방기를 가동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행정은 "자체사업 지원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냉·난방비를 포함해 운영경비도 부족, 경로당 노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간식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규모가 큰 경로당의 경우 전기세·전화세 등 운영비로 이것저것 쓰다보면 간식비는 1인당 한 달 800원 정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가 당초 사회복지예산을 25%로 늘리는 등 사회복지시설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처럼 밝혔지만, 결국 도내 경로당 현실은 매년 부족한 운영 경비로 힘든 실정이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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