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놓고 종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문구를 인용한다. 아리송한 이 문제에 영국 과학자들은 닭이 먼저라는 결과를 내놨다. 닭이 없이 달걀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실험의 결과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 해소와 제주 학생들의 학력 수준 향상 중 무엇이 먼저냐는 물음 앞에선 '제학년제학력갖추기 평가'도 슬슬 답을 찾을 차례다.

벌써 3년 넘게 이어진 지루한 갈등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놓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예산 심의 때마다 한쪽은 반대, 다른 한쪽은 찬성으로 팽팽히 맞선다. 예산 심의를 할 때마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까지 편을 나눠 각각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 이제는 일종의 패턴처럼 다음 순서가 예상될 정도다.

시험이라도 치르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공공연하다. 지나치게 학력에 치중하다 보니 '학생다움'을 잃고 학교폭력 같은 문제를 양상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제적 학력 수준'이라는 불편한 사회 용어도 나왔다.

정답은 없다. 계절병을 앓듯 예산을 놓고 명분 싸움을 하고 정책결정권과 예산심의권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결코 좋은 본이라 할 수 없다. 거기에 운영위 교체와 맞물린 추경 심의를 거치며 논의 자체가 산으로 갔다. 도교육청은 '제학력평가 예산 원상회복'과 '학력 최고'라는 교육 기조를 동일선상에 놓고 '부동의' 입장을 전했고 보란 듯이 '부결' 결정이 내려졌다. 다시 원점이다. 일부 상임위 구성을 바꿔 어느 해보다 뜨거운 7월을 보내면 된다고 하지만 비슷한 논쟁이 반복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이다.

필요한 것은 보편타당한 근거다. 답 없는 논쟁의 틈바구니에서 인성이니 학력이니 하는 말로 포장된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학생들의 '눈치'만 늘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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