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학교 현상·경기력 저하 등
학습권보장제 부작용 현실화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위해 도입된 축구 주말리그의 오현고와 제주중앙고간 경기장면.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가 선수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학생선수의 '탈학교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에는 엘리트 체육의 근간인 학교체육도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0년 공부하는 학생선수 육성을 위한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 도입 등의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학생선수의 잦은 대회출전에 따른 수업결손으로 성적 저하가 우려되고, 운동을 중도에 포기할 경우 '사회적 열등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2010년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1·2학기 중간·기말평가와 수행평가를 합한 성적이 최저학력(학교 평균의 초등 50%, 중등 40%, 고등 3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체육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회의 출전을 제한하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규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고 수업결손에 대해 반드시 보충하도록 했다. 또  소년체전·전국체전·국가대표 선발전·가맹경기 단체의 권위 있는 국제대회를 제외한 전국단위 대회 출전횟수를 학기 중 3회로 제한했다. 도교육청은 이 제도를 2017년까지 그 대상을 고등학교 3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운동권 제약받는 선수들
문제는 '학습권 보장제'로 운동권에 제약을 받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귀포고 축구부의 경우 이외에도 이미 일부종목에선 탈학교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된 모 선수는 이미 학교를 포기하고 방송통신고에 편입, 활동하고 있다.
학습권 보장제에 대해 선수·지도자·학부모들은 훈련시간이 줄어든데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고등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 전후. 이에 따라 선수들은 고작 평일 2~3시간 정도만 연습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훈련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는 한계가 있고, 경기 중 부상발생의 우려도 높다는 것이 현장 지도자들의 목소리다.
결국 선수들은 충분한 훈련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업을 포기하거나 방송통신고 편입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제도가 개선없이 시행된다면 학생선수들의 '탈학교 현상'은 비단 축구·골프 뿐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검토 필요
학생선수들도 최소한의 학력수준이 요구되고, 이를 갖추게 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다는 제도가 선수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면 개선은 필요하다.
학교차원에서 선수들이 일정 수준의 학력을 갖추고 충분한 연습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수립·운영해야 한다고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또 체육특기생들을 위한 체육고 설립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모 고교 운동선수인 A군은 "일반학생과 똑같은 수업을 듣고 있지만, 수업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수업에 흥미가 없으니 뒷자리에서 졸기 일쑤고, 성적도 나오지 않는데 수업에 들어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체육계 인사는 "학생선수들에 있어 운동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일반 학생이 학습에 투자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며 "교실 밖에서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살려주는 것에 대해 교육당국은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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