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덕분에 매출 유지…새벽·저녁 몰려
소비 주는데 관리비는 늘어 “3중고” 하소연

“이 맘 때면 늘 상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 심하네요”

올 여름 들어 세 번째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5일 동문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얼음을 챙기느라 기자와 눈도 맞춰주지 않았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본격적인 휴가철이 겹쳐지며 손님 발길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관리·유지비는 늘었다. 불황에 폭염, 휴가까지 ‘3중고’에 “힘들다”는 하소연이 꼬리를 물었다.

동문재래시장 등 제주시 주요 재래시장은 새벽과 해질녘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비해 사람 구경이 힘든 상황이다.

대형매장 의무휴업 등의 영향으로 젊은 구매층이 늘고 관광성수기를 맞아 식당가를 중심으로 한 식재료 구매가 눈에 띌 정도지만 전체 매출은 지난해 수준이다. 휴가를 겸한 2박3일 이상의 체류형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시장 매출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매년 힘든 여름을 보내던 상황과 비교하면 나은 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판매 품목별 차이도 적잖다.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채소나 어류 등 농수축산물 판매 점포들에서는 상품 관리에 더위를 탈 시간도 없을 정도다.

시설 현대화로 아케이드가 설치, 비나 바람을 막고 있기는 하지만 폭염에는 속수무책이다. 잎채소류는 새벽장 판매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쉬워 상인들은 물을 뿌리거나 선풍기 앞자리를 양보할 만큼 공들여 관리하고 있다.

수산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년에 비해 수산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상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지갑 열기가 어려운데다 선도 유지를 위해서는 필수나 마찬가지인 얼음 가격도 올랐다. 얼음 수요가 늘어나면서 130㎏ 얼음 덩어리가 개당 1500원이 올랐는가 하면 3000원 하던 30㎏ 포대당 가격도 4000원으로 인상됐다.

실제 생물 갈치의 경우 지난해 10㎏ 상자당 25만~30만원 하던 것이 최근 40만원대로 뛰어 올랐다. 1㎏ 당 평균 4만5000원을 호가하며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향토음식점 등 갈치 수요가 많은 식당들의 수요도 오히려 줄어들었다. 여기에 높은 기온으로 얼음 소비가 예년에 비해 늘어나면서 “최대한 손해를 줄이는 것이 버는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김원일 동문재래시장상인회장은 “관광객들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진 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경기침체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현창훈 동문수산시장상인회장도 “시장 경기가 여름 한철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 나기가 버거운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은 소비가 살아나야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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