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관악대 창단 멤버 한 자리
음악에 대한 열정 '청춘' 그대로
이차석씨 클라리넷 '깜짝 무대'

▲ 오현고등학교 교악대의 창단멤거가 6일 오전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고경화(5회), 박창표(5회), 김승택(2회), 이봉주(6회), 김광윤(4회), 이상수씨(3회)다.
전쟁이란 홍역을 치르고 난 뒤라 더 정신없었던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에게 '악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던 음악은 이제는 희끗희끗해진 머리의 원로 관악인으로 무대 뒤에서 후배들을 지켜보고 힘이 됐다. 그 때처럼 기세있게 연주를 할 자신은 없지만 빛났던 시절의 열정만은 내려놓지 못했다. 아직도 악기 앞에선 '청춘'이다.

밖에선 '선생님' 칭호가 익숙한 이들이지만 불쑥 불쑥 서로의 이름을 불러가며, 또 옛 추억을 보태 희롱하며 웃는다. 이 또한 음악의 힘이다.

1952년 창설된 오현고등학교 교악대의 창단멤버 김승택(2회)·박창표(5회)·고경화(5회)·이상수(3회)·김광윤(4회)·이봉주(6회)씨가 6일 오전 한 자리에 모였다.

2012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왕승)가 당시 교악대 창설에 도움을 준 길버트 소령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고 한달음에 달려온 자리다. 교악대 창설 이후 꼬박 60년이 흘렀다는 것은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바로 어제일인 듯 그 때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제주 관악의 산 증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제주 관악 60년사다.

김승택씨(한라윈드앙상블 지휘자)는 교악대 창설 이후 우연히 만났던 큰 행운을 잊지 못했다. "개천예술제(당시 영남예술제) 참가 전에 거리에서 엿장수가 '수자폰'을 내놓은걸 보고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값비싼 악기를 담배 한보루에 살 수 있었다"며 귀한 악기를 거리에서 만났던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앞선다.

박창표씨(전 오현고 교악대 지휘자)는 "길버트 소령이 악기를 지원했지만 이를 지도해줄 선생이 없었다"며 "무작정 모슬포 제1훈련소 군악대에 찾아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그 때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인지 부끄러운 것도 몰랐다"고 기억했다.

악기를 손에 내려놓긴 했지만 아직도 지도자의 길로 또 관악의 연이 닿는 곳에서 자리하고 있다. '육지'에 터를 잡아 이 자리에는 참석하진 못했지만 이차석(5회)씨가 관악제 기간 중 15일 무대에 클라리넷 연주로 깜짝 인사를 할 예정이다. '친구들'은 이씨를 응원하기 의미의 무대 인사를 준비중이다.

이들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음악의 힘 이상이다. 원로 관악인들은 "음악은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지만 세대간 거리도 없애는 무한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지도자의 땀으로, 또 학생들의 열정으로 제주 관악의 맥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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