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통 풍향계]

냉방가전 판매 급증…전기요금 인상 부담
피서지 편의점 등 희색, 식탁 물가에 가계 시름

'폭염'이 경제 지표를 바꿨다.무더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름 성수품 같은 계절 수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작황 부진 등으로 인한 식탁 물가 불안과 업무효율 저하·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성 위축, 관련 업종별 명암 등을 꼽을 수 있다.무엇보다 당장 가계부에까지 크고 작은 변화를 끌어낸다. 이른바 폭염의 경제학이다.

△ 전기요금이 기가 막혀

제주시를 기준으로 한낮 수은주가 30도 주변을 배회한지 오래됐고 열대야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7월분(1~31일 사용) 전기요금 고지서까지야 일단 양호한 수준일지 모르지만 내달 부과될 8월분은 폭탄 수준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4인가구 한 달 평균 전력 사용량(337kWh)을 적용할 때 한달 전기요금은 5만6090원 안팎이다.

처음 100kWh에 적용되는 요금은 5790원이지만 이후 사용량이 100kWh를 넘길 때마다 1만2020원, 1만7904원, 2만6780원씩 부과되는 등 누진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난 6일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인상분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주택용을 기준으로 2.7%가 오를 예정인데다 계속된 무더위에 참다못해 에어컨을 구입한 가정이 늘어난 데다 최근 대형 가전 출시 붐, 수요를 앞지른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고지서에 적힌 것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해진다.

△ 폭염 효과에 울고 웃고

'폭염 효과'는 편의점에서 두드러졌다. 최대 편의점 업체인 CU는 7월에 15.4%, 세븐일레븐은 24.3%, GS25는 15.4% 매출이 늘었다. 특히 열대야에 런던 올림픽의 영향으로 심야 시간대 매출까지 급증해 CU의 경우 심야시간(밤12시~오전6시) 매출 신장률이 24.2%를 기록했다. 8월에는 피서지 편의점 매출이 탄력을 받았다.

판매 증가율 상위권은 아이스크림(49%)이었고 얼음(34%), 얼음컵 음료 등 갈증 해소 상품들이 휩쓸었다.

의무휴업일 파장이 만만치 않았지만 도내 대형유통매장들도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외부 요인을 제외한 기준으로는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재래시장 등은 폭염에 매장이나 상품 관리는 물론이고 낮 시간 매기가 크게 떨어지면서 크게 고전했다.

△ 무더위에 주유도 가려하세요

폭염만큼 무서운 것이 다름 아닌 기름값 인상이다. 가뜩이나 커진 비용 부담에 한낮 주유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만큼 가려할 필요가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휘발유의 국제표준온도는 15도다. 기온이 1도 오르면 부피는 휘발유가 0.11%(0.0011리터), 경유가 0.09%(0.0009리터) 늘어난다. 예를 들어 차량에 같은 70리터를 주유해도 35도까지 달궈진 휘발유는 15도인 휘발유보다 1.54리터(70리터×20도×0.0011리터)가 덜 들어간다.

폭염 속에 주유를 할 때는 풍선처럼 불어난 기름이 차량 주유탱크 안에서 온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줄어들게 돼 운전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현행 계량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하면 폭염 속 주유소들도 본의 아니게 최대 사용 오차(0.75%)를 넘어서게 되면서 법 기준을 위반하게 된다. 겨울철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 '28.1도'의 비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평균기온이 28.1도를 넘어서면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온도 변화에 따라 수학공식처럼 삶의 질은 물론이고 산업과 농업도 큰 영향을 받는데요. 실제 28.1도에서 1도가 오를 때마다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425명 가량 늘고 2도가 오르면 850명의 사망자가 초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은 생산능률을 떨어뜨려 산업에도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데요.

보고서는 일일 평균기온 28.1도에서 1도 상승 때 우리나라에 발생하는 산업손실액은 1조6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 폭염 때문에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리고 에그플레이션·피쉬플레이션 위험까지 지적되고 있다. 초록잎 채소를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과 함께 수온 상승으로 인한 해파리 출몰이 어류 등 수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부패지수가 높아지면서 음식을 조리하고 보관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게 들었는가 하면 일사병·열사병 등 체력관리나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도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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