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정국과 1950년대 제주도에서 실제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유력자들의 구체적 모습을 실증적으로 고찰한 논문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영권씨(36·제주시 연동)가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제주도 유력자 집단의 정치사회적 성격-1945∼1960’은 당시 제주현대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들의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4·3의 제주사회 유력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직간접으로 증명한 이 논문에서 이씨는 제주도의 정치부문 유력자 집단을 A∼D 네 그룹으로 나눠 정치사회적 성격을 규명했다.A그룹은 건국준비위원회 간부,B그룹은 국회의원과 도의회 의장,C 그룹은 도지사·지방법원장·지방검찰청검사장,D그룹은 제주도경찰국장·제주지역 군사령관 집단.

 A그룹은 제주도 출신의 토착 유력자로서 성격은 자생성·대중성·토착성·독자성·좌익성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이들은 항일경력이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됐는데 12명의 건준 간부 가운데 66%가 항일 운동을 했으며 4·3이후 절반이상이 타도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과 도의회 의장의 B그룹은 토착적·중앙의존성·극우적 성격을 었띠었다.주민선거에 의해 충원된 내적 정당성을 갖췄지만 4·3을 거치면서 강요된 극우반공체제는 주민들의 선택폭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됐다.연구대상자로 삼은 12명 모두가 한민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국당이나 이승만 들러리 조직인 대한청년단과 국민회,집권당인 자유당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것이 권력추종적 성격을 시사하고 있다.

 C그룹인 도지사·법원장·검사장 집단은 외인성·중앙종속성·극우적 성격으로 규정했다.중앙정부의 선택에 임명되던 지위이므로 중앙권력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 1차적으로 통제될 수 밖에 없는데 이 점이 이 집단의 기본적 성격을 규정짓게 한다는 것이다.

 D그룹인 제주도경찰국장·제주지역 군사령관 집단의 성격은 외삽성과 극우성으로 규정됐다.C그룹이 중앙권력의 대행자라면 D그룹은 중앙권력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직접 파견된 집단으로 4·3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이들의 행위는 극우적 성격을 유감없이 밝혀준 예라는게 이씨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씨는 “유권자 개인의 자립적 배경은 절대권력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극우적 활동을 벌인 권력추종적 인물만이 유력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히고, “오늘날 한국정치와 한국사회가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구조화된 질서라면 제주사회는 4·3 영향으로 구조화된 질서다.이는 제주사회의 원로부재 현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씨는 제주일고와 고려대를 나와 현재 제주공고 교사로 재직중이다.<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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