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권 변호사

빌려준 돈을 못 받는 경우 무조건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형법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얻게 하는 경우를 사기라고 하는데, 기망은 쉽게 표현해 사람을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빌려준 돈을 못 받는 경우, 우리 법원은 돈을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마치 그러한 생각이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이익을 취한 경우에 사기죄를 인정한다. 
 
하지만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과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는지 그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차용금과 관련해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돈을 빌릴 당시 두 사람의 관계,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경험이나 직업, 돈을 빌리는 사람의 평소 경제력, 돈을 빌려주게 된 동기 등 정황상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빌렸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결국 돈을 빌릴 당시 채무자의 경제사정상 도저히 갚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는데도 이를 숨기고 돈을 빌렸어야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이지, 돈을 빌려간 후 갚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채무자의 의도는 당시 채무자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채무자가 부도를 낼 즈음에 돈을 빌렸다거나, 용도를 속여서 돈을 빌린 경우 사기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돈을 빌릴 당시에는 채무자의 사정이 나쁘지 않았는데, 이후 상황 변화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채무자 중에는 핑계를 대며 돈 갚는 것을 미루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막무가내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받게 되면 채권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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