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은 풂이다. 막히고 맺힌 민중의 애환을 녹이는 것이다. 그래서 굿은 민중들의 해원과 기복의 상징이다.

 지난한 삶 속에서 희망을 감지하는 것이 시의 효용과 가치라면 병든 환자의 마음에 새로운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심방의 사설은 그 자체로 시다. 
 무속연구가로 굿의 사설조를 시적 형상화로 담아내고 있는 문무병씨가 해원 굿시집 「날랑 죽건 닥밭에 묻엉…」을 펴냈다.

 「날랑 죽건…」에는 서시격인 ‘서천꽃밭 환생꽃 따다’를 비롯 9편의 굿시가 담겨있다.

 귀신을 내쫓는 ‘두린굿’의 내용을 채록하여 정리한 ‘이 아이,넋 들여 줍서’는 연유닦음,서우젯 소리,대김받음,영감놀이등 굿의 몇 가지 형식을 빈 시적 형상화를 보여주고 있다.

 표제시격인 이재수의 탄생과 봉기의 과정을 그린 ‘날랑 죽건 닥밭에 묻엉…’과 4·3사건으로 억울하게 스러져간 조상들의 한을 푸는 ‘다랑쉬굴에 흩어진 열 한 조상님네’, ‘섯알오름 탄약고터에 학살당해 묻힌 백조일손지묘 조상님들의 넋을 풀어들이져 합네다’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편들은 굿과 시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의 시에 대해 평론가 고명철씨는 시집 말미의 발문에서 ‘굿거리로서의 시적 신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저항적 민중의식에 기반한 서사시와 서사시론의 확장은 1980년대 우리 시단의 새로운 시적 기여로 여겨졌다. 당시 서사시론 확장의 기반에는 저항적 민중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서사담론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저항적 민중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지금 우리에게 ‘서사’는 세월의 지층속에 묻힌 화석처럼 여겨지고 있다.

 화석화된 서사담론의 시대에, 서사시의 하위 장르인 ‘굿시’라는 시적 양식을 고집하고 있는 그의 일련의 작업들은 서사담론의 화석 속에서 지금 우리 시단이 외면하고 있는 민중성과 역사성이라는 DNA를 추출해 내는 유의미성을 지니고 있다. 도서출판 각.6000원.<김동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