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BIFF 4관왕…지역영화의 가능성 엿봐
4·3이야기 올곧게 전해…제주서 내년 4월 상영

▲ 영화 '지슬'의 스틸컷.
'진심'과 '진정'은 통했다.

최첨단 디지털을 앞세웠던 현장에 흑백의 그리고 아프고 힘들었던 섬 땅의 역사를 담은 필름이 옮겨지며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 '흑백'은 복고에 대한 향수가 아닌 역사의 아픔을 인정하고 또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남았다.

제주 오 멸 감독의 새 영화 '지슬'이 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넷팩)상과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감독상, CGV무비꼴라쥬상 등 4관왕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지슬'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기록되며 작품성과 우리나라 독립영화, 지역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오 감독이 지난해 12월 영화 촬영 시작과 함께 다졌던 "시대의 한 부분,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제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올곧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정성이 전 세계 영화인은 물론 관객들에게까지 통한 것으로 수상의 의미가 더욱 크다. 

영화 '지슬'은 4·3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해있던 마을 주민 수십명의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제주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통해 제주의 아픔을 담아냈다. 흑백의 영화는 제주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은 물론 4·3영령들과 도민들의 상처까지도 어루만지는 진심을 녹여냈다.

제목 '지슬'은 '감자'의 제주어로 섬 안 사람들의 아팠던 과거와 감춰졌던 진실을 캐내는 것은 물론 오늘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등 영화의 '상징적' 의미로, 마을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다. 저예산 흑백영화로 제작 과정에 '예산'이란 벽에 부딪히며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전국 단위 소셜펀딩 '텀블벅'을 통한 후원과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관심으로 이번 영화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한편 '지슬'의 제주 상영 일정은 내년 4·3주간에 맞춰 마련될 전망이다. 문의=010-4449-8305.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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