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 KBO·서울대 베이스볼아카데미 원장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분명히 지구촌에 위기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위기에서 기회를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기도 하다. 기온상승으로 감귤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본토 사람들에겐 새로운 소득 작물이 되고 있다. 물론 제주도에선 경쟁력 있는 열대작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스포츠산업도 '기후산업'의 한 부분이다. 국내 거의 모든 스포츠종목 선수들이 가을과 겨울 훈련하기 좋은 따뜻한 곳을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고 있다. 프로팀만이 아니라 이제는 리틀야구팀까지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다만 몸값 비싼 '귀한' 선수들이 많은 프로야구팀은 일본이나 미국으로, 대학이나 중고교·리틀야구팀 등은 동남아 등 목적지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내서도 새로운 '기후산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 이는 스포츠산업이 공해는 전혀 없는 고부가가치의 또 하나의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최근 강진·남해·거제·충무·고성 등 남해안 일대의 지자체가 '야구철새 도래지'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속초·강릉·포항·부산기장 등은 이른바 '동해안벨트'를 구축하며 스포츠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지훈련 팀 유치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일단 인연을 맺어두니 전훈 팀의 선수 가족과 팬 등 적지 않은 단골손님들이 매년 찾는다.

사실 제주도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스포츠산업을 추진했고 그동안의 성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제주도는 최남단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바람 많고 눈·비가 잦은 약점도 있다. 날씨뿐만 아니다. 외국과 비교해 경비가 눈에 띌 만큼 적게 드는 것도 아니고 구장면수도 적다. 연습경기는 물론 1개 구장에 3~4팀이 북적이다보니 훈련일정도 계획대로 소화하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야구장의 그라운드 상태도 문제다. 그라운드는 부상과 직결, 자칫 선수생명의 단축으로 연결되기도 하므로 지도자나 선수 모두 극도로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렇게 중요한 그라운드 관리가 제주에선 너무 형식적이란 지적이다.

얼마 전 모 프로구단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가을훈련을 위해 구단직원이 서귀포야구장을 다녀간 뒤 일본으로 장소를 변경했다고 한다.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라면서…. 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그리고 당연하다. 여름내 폭우로 내야의 토사유출이 심해 지면이 잔디면보다 낮아져 배수가 안돼 물이 고이면서 결국 턱 높이가 고르지 못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안심하고 훈련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장 관리사무소는 프로야구팀이 제주에 올 때면 그때서야 흙을 부어 넣는다고 한다. 하지만 흙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급하게 부은 흙은 모래사장처럼 푸석푸석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연중 틈틈이 그라운드 잔디나 지면에 관심을 갖고 보토 작업을 하는 부지런함과 전문성을 갖춘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처럼 임시직의 순환근무방식으로는 까다로운 야구장 관리가 책임감 있게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야구장관리를 하나의 학문으로 취급할 정도로 전문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스포츠산업이라면서 경기장 증설에만 관심과 초점을 맞추어왔다.

이제는 시설관리부분의 소프트웨어도 개발 육성할 때다. 경기 종목별 시설관리요원들을 전문적으로 육성, 고정배치 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비·바람이 잦은 기후를 바꿀 수도, 하루아침에 연습구장 수를 늘릴 수도 없지만 있는 구장이라도 제대로 관리해서 제주에 오려는 팀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하진 말아야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제주도에서 스포츠산업이란 블루오션의 푸른 물결이 다른 곳보다 더 높게 크게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