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흥동 양어장 전경. 갈대 숲은 종달리 개시왓 지경에 이르면 절정를 이룬다.

◈창흥동 양어장(구좌읍 하도리)<2>

 푸드드득,새들의 날개짓.부스럭부스럭 갈대 숲….구좌읍 하도리 창흥동 양어장에는 겨울 철새들의 비상이 있다.

 사진작가들이 매년 이맘때면 창흥동을 찾는 것은 겨울철새 때문이다.또 갈대 숲 때문이다.

 갑자기 괭이갈매기들이 날아 올랐다.멀리 물수리가 나타난 것.물수리의 사냥이 시작된 셈이다.

 물수리는 먹이사슬의 최고의 정점이다.동물의 왕국으로 치면 사자와도 같다.

 물수리는 대개 갈매기들의 놀이터에 두 번 나타난다.밀물때가 되면 이곳으로 먹이가 몰려들기 때문이다.물수리는 밀물에 따라온 숭어를 한발로 낚아 유유히 휴식처로 돌아간다.

 창흥동이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는 것은 무엇보다 먹이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이곳에는 (주)일흥 소유의 양어장에서 키우고 있는 무지개 송어와 검정망둑·꾹저구·농어·숭어·복섬·학공치 등의 어류 뿐만아니라 기수우렁이·방게·바지락·맛조개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 양어장은 원래 바닷가의 만(灣) 지형물에 제방을 쌓아 축조한 저습지 형태의 못이다. 

 그러나 해안도로 개설과 함께 200m가량의 제방이 다시 축조됐고 이 제방 동쪽에 1개의 수문이 건설됐다.수문은 마치 숭어와 농어의 회유 방해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 같이 비쳐진다. 

 갯가의 풀들은 바다쪽으로 갈수록 키가 작아진다.

 갈대가 사람쪽으로 가장 가깝고,갈대숲 너머는 갯잔디,그 너머는 칠면초,그 너머는 퉁퉁마디이다.

 밀물때면 먼 풀들은 물에 잠기고 새떼는 갈대 숲으로 날아든다.갈대숲은 창흥동을 거쳐 종달리 개시왓 지경에 이르면 절정을 이룬다.온통 갈대 숲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결과 이곳에는 갈대 숲 뿐만아니라 왕모시풀과 번행초,쇠무릅,마디풀,역귀,수영,소리쟁이,순비기나무,예덕나무,인동,보리수나무,갯질경이,갯메꽃,아욱메풀,억새,띠,사철쑥,산국,개망초,도꼬마리,도깨비바늘,갯쑥부쟁이,방가지똥,갯까치수염,돌가시나무,괭이밥,지채,문주란,검정말,참방동사니,갯겨이삭,천일사초,밀사초,큰하늘지기 등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흥동은 요즘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단위의 탐조 나들이가 이어지고 있다.겨울철새 탐조는 대개 11월초순에서 3월초순까지 이뤄진다.

 새들과 만남은 언제나 가슴이 벅차다.바람의 채찍질이 할퀴고 간 소란스런 하늘을 배경으로 펼치는 새들의 군무는 가슴이 탁 트일만한 구경거리이며 자녀들에게도 훌륭한 자연학습의 기회가 된다.

 그러나 새는 주위 환경에 무척 민감하다.‘새가슴’이란 말이 있듯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깜짝 놀라기로는 새떼를 따를 것이 없다.

 따라서 준비물은 망원경이 필수품.새들을 쫓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m가량 거리를 둬야 한다.이 때문에 망원경이 없다면 밀도있는 탐조는 불가능하다.

 또 조류도감과 카메라,노트 등을 지참하는 것도 좋다.

 아울러 담배꽁초와 필름 통 등은 세떼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적절한 장소에 폐기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글=좌승훈·좌용철 기자·사진=김영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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