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익 제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재일제주인'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 부자, 귀찮은 존재, 불통, 은인, 일본사람 등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제주에 올 때마다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사람, 제주의 친인척들과 재산 등의 문제를 가지고 분쟁을 벌이며 제주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고집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제주도가 어려웠던 시절에 통 큰 기부를 해 오늘날의 제주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한국말을 못하면서 너무 일본사람처럼 행동한다는 등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평가들은 조금 차이는 있지만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당사자인 재일제주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한마디로 당혹스럽고 억울하고 좌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있는 그대로 행동하고 살아왔을 뿐인데 이런 평가들을 듣다보면 제주가 한없이 멀고 원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재일제주인은 일본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보통 제주사람'이다. 조상들이 즐겨먹던 제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고, 제주도에서 하는 방식대로 제사를 지내며 제주의 풍습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또한 1세나 일부의 2세들은 아직도 제주어로 대화를 나누고 제주관련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면서 그저 고향제주를 사랑하고 걱정할 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별개의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과연 그들은 고향을 진정한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려할까.

약 7·80여년 전에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1세들은 고령으로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2세도 어느덧 칠순을 넘기면서 3·4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3·4세 대부분은 자신의 고향을 제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고향일 뿐. 그들이 알고 있는 제주는 '관광지'고 제주가 어려웠던 시절에 자신들의 조상이 작은 기여를 했다는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1세나 2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생활고(苦)보다 고향의 어려움을 더 안타까워했고 아파했다. 그래서 아낌없는 기부를 했고, 이에 도움을 받은 마을 주민들은 작은 송덕비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마을 앞에 자리 잡았던 송덕비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그들의 선행도 함께 잊혀져가고 있다. 그들의 선행은 김만덕 만큼이나 훌륭했지만,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최근 제주대학교가 재일제주인센터를 만들어 재일제주인의 연구와 교류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우근민 도정이 들어선 이후 제주도가 그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제주MBC의 '재일제주인 1세 초청사업'이나 각 방송을 통한 조명은 재일제주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작은 이해들이 제주와 재일제주인 간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이며 부분적인 사업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사라져가는 1세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들을 정확하게 조명하는 작업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역사는 바로 근·현대의 제주역사의 한부분이기 때문이다. 재일제주인에 관한 역사의 조명 없이는 진심으로 그들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류와 소통은 허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재일제주인이 일본으로 이주한 지 100여년이 지났지만 구체적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도가 예산을 지원하고 대학이 연구하며 언론이 이를 조명하는 '관·학·언'이 역할을 분담해 재일제주인들에 대한 바른 연구를 할 때 1·2세의 명예는 물론 3·4세와의 교류와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들에 대한 예의이며 우리가 해야할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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